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환은행장-勞, 5일째 노상대립

勞 "사측 신뢰 보여라" 출근저지 투쟁 지속<br>웨커행장 "부점장들 사직서 내면 수리할것"

리처드 웨커(왼쪽) 외환은행장이 19일 오전11시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앞에서 닷새째 출근 저지에 나선 노조원들에 가로막힌 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전11시10분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이 검은색 승용차에서 내렸다. 한국은행에서 열린 월례금융회의에 참석한 뒤 은행에 도착한 웨커 행장을 기다린 사람들은 노조원이었다. 노조원들은 곧바로 스크럼을 짜고 주자창 입구를 막고 서며 “론스타의 꼭두각시 웨커 행장은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쳤다. 차에서 내린 웨커 행장은 청경과 직원들에 둘러싸여 천천히 은행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했다. 노조원과 청경간에 5분여 동안 밀고 밀리는 몸싸움이 벌어지고 웨커 행장은 난감한 표정으로 한발 물러섰다. 정문 앞에서 웨커 행장과 노조 관계자의 대화가 시작됐다. ▦웨커 행장=노조의 질문에 답하는 공문을 가지고 왔다. 안에 들어가서 얘기하자. ▦구달회 노조 부위원장=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은행의 입장을 밝혀달라고 한달 전부터 요구했지만 성의 있는 답변을 듣지 못했다. 직원들에게 먼저 신뢰를 보여달라. ▦웨커 행장=직원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같은 감정이다. 이렇게 한다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 여러분이 원하는 대답이 아니라고 해서 불법행위가 용납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는 인내하고 관용을 베풀어왔지만 이만 중지하라. ▦구 부위원장=직원들과 한번이라도 솔직하게 대화를 해본 적이 있는가. 진정으로 대화를 원한다면 올 시간을 미리 알려줄 수도 있지 않은가. ▦웨커 행장=불법적으로 길을 막고 이러는 것은 상황 진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구 부위원장=(이날 열린우리당 의원 6명이 발표한 성명서를 흔들어 보이며) 국회에서도 외환은행 매각은 검찰수사와 감사원 조사가 마무리된 후 진행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을 밝혔다. 합병을 기정사실화한 채 대화를 하자고 하면 어떻게 진도가 나갈 수 있느냐. ▦웨커 행장=지금까지 직원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약속을 어긴 적이 없다. 노조 위원장의 질문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 공문 형식으로 전달할 것이니 불법행위를 중단하라. ▦구 부위원장=지금 우리가 이러고 있는 시간에 국민은행에서는 이사회를 열고 본계약 사인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사태 해결을 위해서라도 한시라도 빨리 은행 측의 성의 있는 태도를 원한다. 10여분간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된 후 웨커 행장은 “지금은 외부 미팅이 잡혀 있으니 일단 돌아가겠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웨커 외환은행장은 이날로 닷새째 사무실에 출근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지난 12일 노조가 출근저지 투쟁을 시작한 후 웨커 행장은 신갈 연수원에서 분기 정례회의를 열었던 하루를 제외하곤 한 번도 정상근무를 하지 못한 것이다. 미국계 투자펀드 론스타가 국민은행을 외환은행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후 외환은행에서는 본점 부서장 및 일선 지점장 545명이 독자생존을 주장하며 은행에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며 매각에 반대하는 등 바람 잘 날이 없다. 한편 웨커 행장은 이날 외환은행 인터넷 사내게시판에 "일부 부점장들이 사표를 내면 은행을 떠날 수밖에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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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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