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터뷰] "한국경제 환란때보다 심각"

■디스커버리캐피털 매니저 제임스 전

[인터뷰] "한국경제 환란때보다 심각" ■디스커버리캐피털 매니저 데이비드 전 • ■데이비드 전은 누구 “한국경제는 지금 심각한 심리적 불황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경제주체들은 정책 결정자들이 말과 행동을 다르게 해 신뢰와 희망을 잃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한국으로서는 위기입니다. 성장이나 분배니 선택할 겨를이 없지요. 질병의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나아갈 방향을 결정해 전력투구해야 회생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디스커버리캐피털 매니지먼트를 설립, 운영하고 있는 데이비드 전씨는 “한국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정부가 투자와 소비를 이끌어낼 조치를 하루빨리 취해야 하고 대통령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경제 위기의 근본원인은 단기적인 처방 위주이고 일관성 없는 정책에 있다고 지적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회복 프로그램을 짜고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잠시 한국에 들른 글로벌 투자자 전씨와 만나 한국경제 전반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한국경제를 어떻게 보는가. ▲내수는 희망이 보이지 않고 국내외 투자가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원인을 진단해 처방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원인(cause)은 진단하지 않고 결과(effect)를 얻으려고 하니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 지금 기업과 소비자들은 모두 여유가 있다. 문제는 돈은 있는데 투자와 소비로 이끌기 위한 조치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경제가 앓고 있는 질병의 원인은 정치ㆍ경제ㆍ교육 등 여러 부문에 걸쳐 있다. 이 모든 부문에서 앞이 보이지 않으니 투자와 소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책 결정자들이 원인을 이해하지 못할 경우 지금처럼 흘러가고 발전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경제가 장기불황을 겪은 일본을 닮아간다고 하는데. ▲한국의 금융ㆍ정치 시스템은 일본을 빼닮았다. 다른 점은 일본은 재산이 있어 먹고 살 만하지만 한국은 가진 게 없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외환위기 때보다 더 큰 위기라고 본다. 한국경제에 아직 선택(choice)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난을 헤쳐나갈 해결책은 없는가. ▲한국이 잘하는 것, 한국이 가진 것(자산)이 무엇인가를 확실하게 점검하고 어떻게 해야 기업이나 소비자들이 앞을 볼 수 있게 하느냐는 예측 가능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리더십이 중요하고 대통령이 경제 챙기기에 직접 나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위기를 인식해야 할 사람이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국경제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선 정부가 신뢰성(credibility)을 보여줘야 한다. 정책 리더의 말과 행동이 같아야 한다. 해외투자가들 앞에서 하는 얘기와 국뼁?들어와 집행하는 정책ㆍ행동이 다르다는 것이 큰 문제다. -지금 한국이 서 있는 위치가 어디라고 생각하는가. ▲한국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결해야 할 심각한 과제들을 놓고 고민해야 할 때인데 지금 정부가 행정수도 이전 등 부차적인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장기적인 비전과 신용이 있어야 경제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 세계 정치ㆍ경제의 흐름을 이해하고 한국이 어디로 가야할지를 설정하며, 이를 국민에게 설득해야 할 시점이다. -월가에서는 한국경제를 어떻게 보나.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투자가는 한국정부를 신뢰해 투자하는 게 아니다. 세계경제가 회복되면서 한국기업이 혜택을 볼 것이라는 판단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한국기업 주가가 실제 가치에 비해 싸니까 투자하고 있다. -외국투자가가 한국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은. ▲외국인 자본의 이탈과 같은 움직임이 언제나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다. 외국인들이 아직은 팔고 나가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한국의 정치나 경제에 기대를 걸고 들어온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세계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때 외국자본이 대거 한국에서 이탈할 것을 경계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성장이 먼저냐, 분배가 우선이냐를 두고 논란이 많다. ▲지금 세계경제의 흐름과 여건을 보면 한국에는 그러한 주제로 토론하고 선택을 논의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지금 세계경제는 치열한 경쟁상황이다. 한국이 성장ㆍ분배 논쟁으로 딴청 피우고 있는 사이에 세계경제는 쉬지 않고 전진하고 있다. 지금 한국경제의 구조라면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 파이 논쟁을 벌이는 것은 나라 경제에 하등의 도움이 되질 않는다.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이 높은 만큼 확실한 목표를 정해야 한다. -정부가 재정을 풀어 내수경기를 부양할 여력은 있다고 보는가. ▲재정을 풀어 내수진작을 하는 것은 좋지만 무엇보다도 소비 분위기를 꺾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접대비 규제의 경우 시기가 좋지 않았다. 경제가 가라앉고 있는 시점에 규제조치를 취해놓고 왜 내수가 안 풀리느냐고 고민하는 것은 일종의 난센스다. 기업 비자금 조사도 마찬가지다. 기업인들을 잔뜩 주눅 들게 해놓고 투자하라고 하면 되겠는가. 재정을 푸는 것은 좋지만 목적이 뚜렷해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정집행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지금과 같은 경제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금융시장 입장에서 봤을 때 금리를 내리는 게 좋을 듯하다. 그러나 금리를 내리든 올리든 금융정책 방향이 중요한 게 아니다. 정책 결정자들의 언행일치가 이뤄지는 게 최선책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분명하지 않은 정책을 남발해왔고, 그래서 한국이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임석훈 기자 shim@sed.co.kr 입력시간 : 2004-07-30 17:49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