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의협 초심으로 돌아가라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의대생들이 졸업식 때 가운을 입고 의사로서 첫발을 떼며 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에는 이처럼 의사로서의 사명감과 환자의 생명 존중을 강조하는 구절이 있다.

최근 의사들의 행태를 보면 이 구절이 무색할 지경이다. 안과의사회가 정부의 포괄수가제 정책에 항의해 다음달 일주일간 백내장 수술을 중단하겠다고 한 데 이어 외과ㆍ산부인과 등 다른 과로 진료 거부 움직임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들이 그동안 환자를 치료 대상이 아닌 돈벌이 대상으로만 여겨왔던 것은 아닌지 회의감이 든다.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의사협회는 국민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후 찬성 의견이 높을 경우 진료 거부를 철회하겠다고 밝히는 등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하지만 진료 거부라는 으름장을 놓고 여론조사를 한다면 누가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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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은 "구체적으로 어떤 질병군에 대해 수술을 포기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각과와 협의 중"이라며 "맹장 수술과 제왕절개 수술 등 응급진료는 중단하지 않겠다"는 해명 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사가 진료 거부 제외 대상에서 빼놓은 탈장ㆍ치질ㆍ자궁 수술 등도 환자 본인에게는 하루라도 빨리 치료해야 할 질환이다.

의사들의 진료 거부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하기 때문이다. 의사 자신의 부모와 형제가 백내장 수술을 시급히 받아야 할 경우에도 진료 거부를 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의료법 제15조 1항에 따르면 의료인은 진료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진료 거부 사태가 발생할 경우 정부는 의료법에 따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공공의료기관 등을 활용해 환자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 전에 가장 좋은 것은 의료계 스스로 진료 거부 움직임을 철회하는 것이다. 의료계 주장처럼 포괄수가제 시행으로 의료의 질이 낮아질 경우 의사보다는 환자들이 먼저 정책에 대한 개선을 요구할 것이다.

의사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할 때의 초심을 잃지 않길 부탁한다.


송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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