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바둑 영웅전] 울타리가 무너질까

치우쥔이 우하귀를 선착하게 되었다. 원래 강동윤의 계획은 우변의 백대마를 압박하여 후수로 살게 하고 우하귀의 삼삼에 쳐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어긋나고 말았다. 강동윤이 우변의 백대마를 압박하는 방식에 다소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흑81을 생략하고 맞바로 우하귀에 쳐들어갈 수는 없었을까. 그것이 참고도1인데 귀는 흑이 차지할 수 있지만 백이 8 이하 12로 강인하게 싸움을 걸면 일단 골치가 아프다. 게다가 우하귀도 패맛이 남아 있으므로 흑도 위험부담이 있다. 역시 실전보의 흑81이 정수였다. 흑85는 백더러 어서 한 수 들여 살라는 주문. 흑은 중원 경영에 뜻을 두고 있다. 백86은 뭔가 시비의 꼬투리를 만들어 보겠다는 수순이다. "흑96으로는 이렇게 굴복할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배짱을 부려 보는 게 유력했어요."(온소진) 99의 자리에 먼저 젖혀보고 싶다는 얘기였다. 이 찬스를 놓쳤기 때문에 흑99가 득의의 수단이 되고 말았다. 이 수로 참고도2의 흑1에 젖히는 것은 과욕. 백이 2에서 8로 두면 흑에게 아무 수단이 없다. 흑9면 백10으로 수상전이 되지 않는다. "형세는 흑이 아무래도 좀 앞섰겠지? 계속 즐거운 흐름을 타고 왔으니까."(윤현석) "중앙이 문제지요. 효과적으로 틀어막으면 흑승이 분명하고 울타리가 무너진다면 흑도 장담할 수가 없어요."(온소진) 아직은 좀더 지켜봐야 하는 바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