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는 관광전쟁중/이경문 한국관광공사 사장(특별기고)

◎작은 밑천 외화벌이… 중앙기구 설치 “참전 시급”○각국 치열한 유치전 세계는 지금 관광전쟁시대. 요란한 포성도 비명소리도 없지만 관광객 유치의 치열한 전쟁이 지금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필자는 최근 한국문화관광유치단 행사 및 태평양아시아관광협회(PATA) 총회 참가를 위해 일본과 중국을 다녀온바 있으나, 이 곳에서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일본 미야자키현의 경우 「관광입현」을 슬로건으로 관광산업을 현의 최대산업으로 성장시켜 경제발전을 이룩한다는 야심찬 계획하에 제3섹터 방식으로 시가이어 테마파크라는 대규모 위락단지를 조성했으며, 또한 이 현내의 남향촌은 옛백제의 왕족이 패망후 피신하여 온 곳이라는 전설을 토대로 부여와 자매결연을 맺고 백제마을을 재현하여 한국인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 동 현은 대만, 한국 등 근거리 시장개척에 목표를 두고 이들 지역으로의 국제선 취항을 적극 추진중에 있으며 현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등 적극적인 판촉에 나설 태세에 있다. 이러한 외국인 관광객 유치노력은 비단 미야자키현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북한서도 홍보 열중 일본은 지방자치단체 모두가 관광산업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특히 상공업이 발달하지 않은 지방일수록 그 열기가 뜨거웠다. 각 지방마다 현지사와 시장을 중심으로 행정부·유관기관·관광업계 등이 돈독한 협조관계 하에 한마음이 되어 관광진흥에 힘쓰고 있는 모습은 우리나라 관광산업 일선에 있는 한사람으로서 부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 PATA 연차총회 참가와 중국시장 개척을 위해 방문한 중국 북경도 마찬가지로 관광진흥 열기의 도가니였다. PATA 총회장이 단순한 관광협력회의의 장이 아니라 관광객 유치를 위한 치열한 전쟁터라는 느낌을 받았다. 공식회의나 교역전에서는 물론 사교행사에서 조차도 참가한 각국 관광정책 담당 인사들이 서로 관광객 유치활동을 활발히 벌이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으며, 개최국인 중국의 유치활동도 여간한 것이 아니었다. ○국내실적은 뒷걸음질 이붕 총리는 개막연설에서 중국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발전계획 가운데 관광산업 진흥이 중요한 구성요소임을 강조하면서, 중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연간 5천만명에 이르고 있으나 아직도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좋은 중국상품을 많이 사가도록 독려하는 열의도 보였다.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 조차도 95년 PATA 가입후 처음으로 관광교역전에 참가하여 홍보관을 운영하고 『식량난은 일부 지역에 국한된 것으로 관광객의 북한 방문에는 전혀 지장이 없으며 관광을 하기에는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다』라고 주장하는 등 관광객 유치노력을 보였다. 그 밖에 마카오·인도·일본·태국 등의 각종 행사를 통한 관광객 유치노력도 그 어느 해 보다 뜨거웠다. 이같이 각국이 모두 눈에 불을 켜고 관광산업 진흥에 힘을 쓰고 있는 것은 다 아는대로 관광산업이 가장 많은 수확을 일구어내는 황금밭이라는 논리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국제수지 적자를 관광수입만으로 메워나가는 관광입국의 산 표본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관광산업은 지금 경제위기와 더불어 심각한 불황을 맞고 있다. 다행히 올해는 작년에 비해 외국인관광객수가 완만하게 나마 늘어나는 기미를 보이고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관광수지면에서 마이너스 성장에 머무르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공사도 안간힘을 써가며 관광객 유치 증진에 노력하고 있지만 여러가지 한계를 느낀다. 다른 나라들은 정책적으로 중앙정부에서부터 실질적으로 관광을 지원·육성하고, 각 지방에 이르기까지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관광진흥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관련업무 단일화해야 그러나 우리는 지금 모이면 대선이나 한보문제 등 정치이야기로 사회분위기가 들떠있어 관광산업의 활성화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요즘 필자는 치열한 전쟁터에서 목칼을 들고 싸우고 있는 심정이다. 관광부진의 책임이 누구보다도 우리에게 있다고 자성하지만, 관광이 너무나 다양한 업종과 부처에 걸친 복합산업이고 친절 등 국민 하나하나가 쌓아가는 국가이미지가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산업임을 생각할 때 관련 기관과 업체 및 국민들의 협력이 필요한 때다. 현재 우리 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입국에서부터 교통, 투자, 안내 등 각 부처에 걸쳐있는 각종 관련규제를 완화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중앙조정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요구다. 아울러 민간의 관광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제도 개혁과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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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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