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연빌딩의 양심선언/김진만 한미은행장(로터리)

어렸을 때 들었던, 어린아이가 울면 「호랑이가 물어간다」는 말로 아이를 달랬다는 옛날 이야기가 생각난다. 필요하다면 어느 정도의 거짓말이 용인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그런가 하면 미국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은 매우 흥미롭다. 수업을 마친 선생님이 어린 학생들에게 달걀 1개씩을 주면서 내일 아침 등교시까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계속 쥐고 있기로 약속을 한다. 다음날 아침 그 약속을 지킨 학생에게는 큰 선물이 주어진다. 한편 손이 아프다거나 어떤 이유이든 부득이 잠깐 달걀을 놓은 학생과는 서로 잘잘못에 대한 토론을 벌인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은 잘못이지만 선물을 받기 위해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사실을 솔직히 고백한 학생의 정직함을 높이 평가하면서 끝을 맺는다. 사소한 일에서라도 어릴 때부터 정직성에 최상의 가치를 두는 교육의 일면이다. 지난 6월 본인이 은행장에 취임하면서 정직성을 우리 기업문화의 첫번째 가치로 강조하였다. 업무처리과정에서의 본의 아닌 실수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되 거짓말이나 비도덕적인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서받을 수 없다는 방침에 대하여 대다수 직원들이 호응해주고 있다. 이번에 본점을 신축 이전하면서 다동 본점건물을 금연건물로 지정하였다. 물론 일부 골초 임직원들이 저항하기도 했으며 또한 애연가인 고객들의 불평에도 직면해야 했지만 큰 이익을 위하여 작은 이익을 버려야 한다는 논리로 버티고 있는데 궂은 날씨에 옥외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일부 골초 직원들을 만나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최근 가끔 화장실이나 중간계단에서 숨어서 담배를 피우는 대담한 극소수의 직원들이 있다는 미확인정보가 들려오기도 하지만 대세가 흔들릴 염려가 없다면 때로는 못 들은 체하는 것이 최고경영자에게 필요한 덕목(?) 중 하나라는 생각으로 흘려버리고 있다. 우리 은행에 정직성의 문화가 더욱 정착된 후에는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다고 해서 숨어서 담배를 피우는 애연가 직원이 있더라도 언젠가는 이들이 양심선언(?)을 해올 것만 같은 느낌으로 기다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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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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