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8월 26일] 한·인도 CEPA 효과 높이려면

조충제(대외경제정책硏동서남아팀장)

한ㆍ인도 포괄적동반자협정(CEPA)이 내년부터 발효될 것 같다. 우리나라는 인도와 FTA를 추진하고 있는 일본ㆍ유럽연합(EU)은 물론 중국보다도 인구 12억명의 거대 시장에 먼저 다가서게 됐다. 여전히 불안한 세계경기 속에 올해도 6.5% 정도의 경제성장이 기대되는 인도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그 어느 때보다 반갑다. 인도 측의 양허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한ㆍ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ㆍASEAN) FTA에서 후발 동남아국가인 베트남ㆍ캄보디아 등의 양허 수준보다 낮은 것은 사실이다. 상품교역에서 최혜국대우(MFN)도 주지 않았다. 인도ㆍ일본 CEPA가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운이 남는 대목이다. 한국기업 전용공단 조기완공
그렇지만 인도 제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15%에 불과하고 그동안 싱가포르ㆍ태국 등과의 FTA 체결 이후 무역적자가 급증한 점,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매년 20억달러 이상의 무역수지 흑자를 누리고 있는 점, 인도의 1인당 GDP가 이제 막 1,000달러를 돌파해 우리나라의 약 20분의 1에 불과한 점 등을 고려하면 우리가 지나친 양허안을 요구할 수도, 인도 측이 선뜻 내줄 수도 없는 입장이었을 것이다. 선진국인 미국ㆍEU와의 양허 수준에 맞춰진 우리의 눈높이를 상대국이 인도인 만큼 낮추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지금부터는 한ㆍ인도 CEPA 발효를 계기로 기회를 극대화해 양국 간 경제협력의 성과를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인도 시장에서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선전으로 승용차ㆍ가전제품ㆍ휴대폰 등에서 1~2위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ㆍ일본과의 간격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인도 수입시장에서 중국은 진작부터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매년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지난 2004년 5.2%였던 점유율은 지난해 약 11%로 상승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2004년의 3.6%에서 계속 낮아져 지난해 2.6%에 그쳤다. 직접투자에서는 일본에 크게 뒤지고 있다. 올 5월까지 일본의 대(對)인도 외국인 직접투자는 6위(누적액 기준)로 3.3%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16위로 전체의 0.5%에 그치고 있다. 일본은 한술 더 떠 인도와의 CEPA가 체결되면 약 300억달러 규모의 공적개발원조(ODA)를 제공하겠다며 그 어느 때보다 공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인도와의 경제협력에 박차를 가하지 않으면 중국ㆍ일본과의 간격은 더욱 벌어질 것이다. 은행·中企현지진출 서둘러야
우리 기업들은 양허안에 어떤 상품이 포함돼 있는지 잘 살펴 봐야 한다. 인도는 성장성이 매우 높고 인구 평균연령이 24세에 불과한 젊은 시장이다. 관세인하가 장기에 걸쳐 이뤄지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그 효과가 제한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인도는 여러 개의 주로 나뉘어 있고 지역별 세관행정 능력도 다르다. 정부는 인도의 이행상황을 잘 관찰해 필요할 경우 올바른 이행을 주문해야 한다. 외국계 은행의 지점 설치요청에 대해 소극적인 인도가 우리에게 발효 후 4년 안에 10개까지 우호적으로 고려하겠다는 것도 우리 금융계가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할 대목이다. 163개 분야의 인도 전문인력, 특히 약 90개에 이르는 정보기술(IT) 전문인력의 이동은 우리 중소기업들이 가장 주목해야 할 분야다. 우리 중소기업과 인도 고급인력이 잘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는 지원체계를 점검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낮은 양허 수준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조기발효와 현지진출, 특히 중소기업의 현지진출이다. 내년 1월부터 꼭 발효시켜 우리 기업이 한시라도 빨리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한국 기업 전용공단도 빨리 완공돼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협정문에 명시된 중소기업 부문 협력강화를 위한 양국 간 노력도 보다 구체화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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