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8월20일] 콜롬보 선언


‘공정한 발전을 위한 국제경제 질서의 재구성.’ 1978년 8월20일 제5차 비동맹정상회담 폐막식에서 채택된 콜롬보 선언의 일부다. 서방 국가들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비동맹그룹이 경제 분야를 논의하고 결의문까지 내놓은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스리랑카 콜롬보에 모인 85개 비동맹 국가들은 여느 때와 같이 군축과 외국 군대 철수 등 정치적 결의문을 채택했으나 무게는 ‘경제선언’에 실었다. 이해관계가 다양하게 얽혀 있는 비동맹 국가들이 한목소리를 낸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가 어려워서다. 1971년 닉슨 쇼크(달러화의 금태환 정지 선언) 이후 요동치는 환율과 1973년 오일쇼크로 외채부담만 두 배로 늘어났다. 비동맹 국가들은 한달 뒤 열린 유엔 총회에서 한 발짝 더 나갔다. ‘기본적인 민생고조차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채무불이행 이외에는 별다른 방도가 없다’며 ‘개도국들을 따로 떼어 사안별로 처리하는 시도에 정면으로 맞설 것’이라는 폭탄발언도 나왔다. 여차하면 빚을 갚을 수 없다는 ‘배째라’식의 움직임에 가장 먼저 월가의 주가가 떨어졌다. 콜롬보 회의 개막 직전까지 1,000포인트를 넘보던 다우존스지수가 10월 초에는 930선까지 내려앉았다. 개도국들은 ‘충격요법’이 통했다고 기뻐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경제선언을 주도한 인도와 스리랑카ㆍ가이아나 지도자들이 하나같이 권좌에서 밀려나고 ‘비동맹연대’도 각개격파로 깨졌다. 국제통화기금의 긴축 프로그램이 강요되면서 산유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개도국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의 나락에 빠졌다. 오늘날 사정은 더욱 나빠졌다.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차익은 다국적기업의 몫이다. 빈국과 부국 간 격차는 날로 벌어진다. 지구촌 경제는 30년 전 콜롬보 선언이 던진 숙제를 언제나 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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