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학교급식 위생 여전히 엉망

죽은 벌레·기름때 붙은 조리실<br>유통기한 지난 식자재 공급 등<br>식약청, 90여곳 적발 행정처분

대구 북구의 A고교 학생들은 지난 달 새학년 새학기를 우울하게 시작했다. 개학한 지 1주일 만에 단체로 복통과 설사에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일부 학생들은 증세가 심해 입원 치료까지 받았다. 학생들의 새학기 시작을 망친 범인은 다름 아닌 학교 급식. 학생들이 이날 저녁 학교 급식을 먹은 후 고통을 느끼기 시작한 데다, 같은 급식 업체를 이용하는 인근의 B고교 학생들도 식중독 증세를 호소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불량 학교 급식이 매번 학생들의 건강과 면학 분위기를 망치고 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청 조사 결과 학교 급식 위생 관리 상태는 여전히 엉망인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청은 지난 3월 13일부터 24일까지 학교급식 도시락제조업체, 학교위탁 급식업체, 식자재공급업체 등 학교급식 관련업체 1,357곳에 대해 일제 단속을 실시한 결과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업소 90곳을 적발, 행정처분 등을 내리도록 관할 시ㆍ도에 통보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단속의 적발율은 6.6%로 2004년의 17.3%, 2005년의 10.7%에 비하면 개선됐다고 볼 수 있지만 한 개 업체에서 여러 곳의 학교에 식자재, 도시락 등을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연쇄 급식 사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식약청에 따르면 경남 마산의 C식품제조업체는 벽에 거미줄과 곰팡이가 가득하고 후드에는 죽은 벌레와 먼지, 기름때가 엉겨 붙어 있는 조리실에서 학생들에게 제공할 도시락을 만들다가 단속원들에게 적발됐다. 강원도 평창의 D식자재업체 냉장고에서는 유통기한이 8개월이나 지난 과자가 발견됐으며, 전남 목포의 E식자재업체는 조미용오징어채의 유통기한을 1년이나 임의 변조해 인근 고등학교에 공급했다가 행정처분을 받았다. 또 경북 경주의 F위탁급식업체는 부패 가능성이 있는 냉장용 식자재를 상온에 방치했다가 단속에 걸렸다. 식약청 관계자는 “이번에 단속된 업체들은 위반 내용에 따라 영업장 폐쇄나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며 “이번 점검에서 제외된 학교 직영 급식업체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해 발생한 집단 식중독 사고 건수는 109건이었으며 이 중 학교에서 발생한 사고는 전체의 17.4%인 19건이었다. 하지만 학교 식중독으로 인한 환자 수는 2,304명으로 전체 환자 5,711명의 40.3%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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