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은 1992년 미국 역사상 최대의 재정손실이었던 49억 7,000만 달러의 엄청난 손실을 발표했다. 가장 존경받던 IBM이 빠르게 가라앉고 있다…」그리고 6년이 흐른 1999년 4월 22일자 신문 내용은 이랬다.
「IBM은 지난 1/4분기 순익이 14억 700만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42%나 급증했다. 메릴 린치의 한 재무분석가는 이번 분기에 「엄청난 성장」을 했다고 말했으며, 이것은 지난 10여년 동안 IBM에서 본 것 중 「최고의 분기성적」이었다고 덧붙혔다.」
침몰하던 IBM이 되살아난 것이다. 루 거스너에 의한 IBM회생은 세상에서 가장 극적이며 고무적인 기업성공사례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잭 웰치와 GE 방식」을 펴냈던 로버트 슬레이터가 쓴 「루 거스너의 IBM 살리기」는 거스너가 어떻게 고객서비스를 강조하고, IBM을 인터넷 혁명으로 몰아넣었으며, 현재까지도 IBM을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기업으로 만들어가고 있는가를 파헤치고 있는 책이다.
구조조정이 한창인 우리나라 산업계의 입장에서 보면 이 책은 실로 많은 교훈과 배워야할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루 거스너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나비스코 사를 파산의 위기에서 구해 내면서 일약 「기업회생의 마법사」로 등장한 인물. 그러나 컴퓨터 회사는 경영해 본 경험이 없었다. 때문에 루 거스너의 IBM 경영전략은 업종을 불문하고 경영이 필요한 곳에서는 어디에나 통할수 있는 보편적인 진실게임을 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이 퍼스널 컴퓨터 업계에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동안 관료적이고 형식적인 기업문화의 우물 안에서 안주했던 IBM은 메인프레임에 집중했고, 90년대 초반 3년 연속으로 어마어마한 금전적인 손실을 보았다. 또 직접 개발할 능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와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IBM의 PC에 장착하도록 허용했던 안이한 결정은 IBM의 몰락을 가속화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해결사의 역할을 맡은 루 거스너는 우선 IBM의 암울했던 기업문화를 일소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또한 적극적으로 가상공간을 개척해 IBM의 최고 강점인 종합적이고 광범위한 컴퓨터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거스너는 IBM이 관료주의에 빠져 점점 고객들과의 만남이 줄어들고 있음을 간파했다. 영업직 사원들의 근무시간중 고객과 만나는 시간은 전체의 30%에 불과했던 것이다. 때문에 거스너는 고객중심의 경영을 펼쳤고 더 나아가 이렇게 강조했다.
『제품을 팔지말고, 해결책을 팔아라.』
거스너는 단순한 컴퓨터 판매를 뛰어넘어 고객들이 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우는 적극적인 판매전략을 추진한 것이다. 최고 경영인 스스로가 외부에서 들어왔듯이 밖의 사람들을 무시하지 말라는 충고도 곁들였다. 직원이 회사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안이한 생각부터 버리라는 얘기인 셈이다.
이 책에는 이처럼 한 경영인이 몰락해가던 거대기업을 기사회생시킨 드라마가 소개되어 있다. 루 거스너는 이렇게 강조하면서 IBM을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우리는 시장을 축으로 행동한다. 빠르게 진취적으로 투철한 자세로 관료주의를 배격하면서….』 유한수 전경련 전무 옮김. 도서출판 물푸레 펴냄.
이용웅기자YY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