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동산 매각소문땐 금융권 돈줄 막힌다”/기업 「몰래 매물」급증

◎대형중개업소에 은밀히 의뢰/총수가 직접 조건·절차논의도자금난에 허덕이는 기업들이 부동산을 처분하기 위해 비밀리에 부동산중개업소를 찾고 있다.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내 일부 대형 부동산업소에는 하반기들어 부도·법정관리 기업은 물론 자금난에 시달린다는 소문이 돌던 기업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그러나 기업들은 부동산을 내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오히려 돈줄이 막히고 금융권의 자금상환 요구가 거세질 것을 우려, 매각정보를 몇몇 대형 업소에만 비밀리에 흘리고 있다. 기업들이 팔려고 내놓은 부동산은 4∼5층짜리 소규모 건물부터 공장, 임야, 준농림지 등 다양하며 대부분 급매물이어서 매매가격도 시세보다 훨씬 낮다. 그러나 경기침체와 부동산시장 냉각으로 거래가 끊기고 가격도 폭락, 일부 기업은 최고 경영자가 직접 중개업자와 매각협상에 나서고 있다. 부도후 화의신청이 받아들여진 J그룹 총수는 공개 매각키로 발표한 부동산이 잘 팔리지 않자 처리방안을 놓고 비밀리에 직접 부동산컨설팅업자들과 몇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관리상태에 있는 H건설사는 그동안 자체 분양팀이 팔던 10여개 단지내 상가를 중개업소에 의뢰했다. 또 최근 부도위기를 넘긴 S사도 비밀리에 강남의 한 중개업소를 통해 1천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내놨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K중개업소는 『최근 부도설까지 나돌았던 모 상장회사로부터 10여건, 7백억원 상당의 수도권 준농림지와 서울 강남의 빌딩을 급히 처분해달라는 의뢰를 받았으나 수요자가 없다』고 말했다. 강남의 P컨설팅사는 『상장 기업체와 중소업체로부터 팔아달라는 의뢰를 받은 부동산이 40여건에 달한다』며 『매각소문이 돌면 오히려 금융권이 목을 죄오는 만큼 기업체 이름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CD플레이어를 만드는 한 중소업체 사장은 『부도로 쓰러지면 재산은 물론 그동안 쌓아온 신용까지 잃지않겠냐』며 최악의 상태라도 면해보기 위해 공장을 급매물로 내놓았다고 밝혔다. 기업 보유 급매물중에는 5∼6층 규모의 소규모 빌딩, 임야, 공장 용지 등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최근들어서는 기업이 중도에 사업을 포기하는 바람에 시공중인 건물과 공장도 많이 나와 있다. 중소 공장이 몰려있는 경기도 군포지역, 소규모 상가가 밀집한 서울 금천구 시흥동, 영등포 공구상가 주변의 부동산업소에도 상가·공장 매물이 쌓여있으나 거래는 거의 없다. 부동산컨설턴트 이종수씨는 『기업체 매물중에는 담보설정액이 시세의 90%를 넘는 것도 많다』며 『이 경우 기업으로서는 매각수익보다 채무경감 효과가 고작』이라고 밝혔다.<유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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