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경제 프리즘] 진시황과 뉴딜정책의 교훈


어쩐지 남의 말을 영 안 들었을 것 같은 중국 진나라의 시황제는 550여년 춘추전국시대를 마감시키고 중국 역사상 최초의 통일 국가를 이룩해 낸 인물이다. 전국 3분의 1의 땅만을 가졌던 그가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룰 수 있었던 데는 대륙의 60%에 이른 경제력이 제일 큰 힘이 됐다. 천하를 거머쥔 왕의 집념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도로와 운하, 요즘으로 치면 사회간접자본을 구축하고 만리장성 구축 등 대역사(大役事)를 줄줄이 이어갔다. 절대권력이 강행한 각종 공사를 위한 재원 조달에 백성들의 세금 부담은 어떠했을까. 막강한 부(富)를 바탕으로 통일을 이뤘던 진이 망한 건 불과 15년만의 일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진의 단명(短命)은 나라 재정을 펑펑 써댄 결과다. 특히 국가의 한정된 자원을 생산성이 낮은 각종 공사에 마구 투입한 것이 국가 몰락의 주 원인이었던 것으로 훗날 사가(史家)들은 보고 있다. 진시황의 사례보단 훨씬 진보된 형태지만 정부가 살림살이 돈으로 대 공사를 펼친 건 2100년후 미국의 뉴딜 정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실업자들을 위해 오늘은 땅을 파서 임금을 주고 내일은 메워서 임금을 준다” 케인즈의 이른바 유효수요론에서 생각을 딴 당시 정부주도의 수요창출정책을 희화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공황 타개책은 경제 위기 상황의 극복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이 같은 평가도 세월이 흐르면서 적잖이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재정지출 때문이다. 누적된 국가 적자 재정으로 오히려 대공황을 연장시켜 훗날 경제에 짐을 지웠다는 학자들의 견해는 지금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통치자가 나라 곶간의 돈을 함부로 쓰다가 경제를 피폐시킨 사례는 동서고금을 통해 얼마든지 있다. 부가 있어도 비생산적이거나 생산성이 낮은 사업에 국가의 인적ㆍ물적 자원이 대량 투입될 때 경제가 파탄날 수 있다는 점은 진시황의 시대가 주는 교훈이다. 또한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업이라도 세부담 등 여러 면에서 무리하게 추진하면 경제의 장기적 발전이 저해될 수 있다는 사실은 뉴딜 정책에 대한 다양한 평가 속 암시되는 대목이다. 적은 예산의 정부가 대세인 추세 속에 정부가 나서 10조원의 나라 살림 돈을 써가며 한국판 뉴딜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란다. 기업 투자가 일지 않는 게 문제인 상황에 막대한 재정을 풀겠다는 정책이 옳은 진단인지, 연기금 등을 동원한 자금 조달의 방법이 적절한 처방인 지 알 수가 없다. 국가 재정의 건전성마저 금갈 수 있는 사업을 밀어붙이려는 집권층에게 진시황과 뉴딜정책의 사례는 역사속 작은 메시지가 될 듯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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