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강한 달러의 위력(장기호황 미국경제)

◎2,000억불 해외서 유통중/달러 강세로 기업 해외진출 가속/연간 200억불 유출 “미 최대수출품”지난 95년 로버트 루빈 미재무장관은 입만 열면 「강한 달러」 이론을 펼쳤다. 강한 달러가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되며, 세계 기축통화로서 달러는 강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루빈 장관의 달러 강세 기조와 미국의 경제 호황에 힘입어 95년 4월 달러당 79엔까지 내려갔던 달러값은 지난 5월초 1백27엔까지 올라갔고, 그후 다소 조정기를 거쳤지만 2년전에 비해 50%나 오른 1백15∼1백20엔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은 8천4백88억 달러 수출에 9천5백98억 달러를 수입,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한해전보다 9%나 늘어난 1천1백10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미국은 국경을 넘나드는 상품과 서비스의 수지를 시장개방의 수단으로 활용할뿐 경제적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달러강세가 미국인들의 구매력을 한껏 높여 놓았고, 미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가속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포브스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기업이 해외에 설치한 현지법인, 또는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회사가 미국 국경 밖에서 장사를 한 액수는 9천2백80억 달러로 95년 대비 9%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의 전체 수출 총량보다 많고, 성장 속도에서도 수출증가율(6.8%)를 넘어선 것이다. 컴퓨터 칩 메이커인 인텔의 경우 지난해 해외법인 매출이 1백20억 달러로 한해전보다 무려 47%나 증가했다. 달러강세는 미국의 수출입에 손해를 주고 있지만 초록색 화폐(greenback)인 달러의 수출을 늘리고 있다. 미중앙은행(FRB)의 연간 달러 발행액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2백억 달러가 해마다 해외로 흘러가고 있다. 또 현재 유통되고 있는 3천억 달러의 미국돈 가운데 2천억 달러가 외국에서 돌아다니고 있다. 수출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단일 품목으로 달러가 미국의 최대 수출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은 달러를 찍어내는 비용을 빼고 연간 2백50억 달러에 달하는 이자를 한푼도 물지 않고 외국인으로부터 대출받아 쓰고 있는 셈이다. 금융상품의 수출, 즉 미국 금융시장에 유입되는 외국자금도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주식과 채권 등 미국 금융상품에, 또는 직접투자로 들어온 외국인 투자액은 5천5백억 달러로 전년보다 21%나 늘어났다. 미국 금융상품의 수익율이 다른 나라의 것보다 높아서 생겨난 당연한 결과지만, 미국은 외국 돈으로 실업율 5%대 이하의 높은 고용효과를 얻고 있다. 미국은 달러와 상품, 서비스가 넘나드는데 장애가 되고 있는 국경을 허무는 노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지난 94년 유럽연합(EU)에 대항, 캐나다와 멕시코와 북미자유무역기대(NAFTA)를 결성한데 이어 이를 오는 2005년까지 북미와 남미대륙에 확대할 계획이다. 또 아·태 경제협력체(APEC)를 통해 아시아국가들과 2020년까지 자유무역 협정을 체결한다는 원칙에 합의해 놓은 상태. 미 행정부는 또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조건으로 시장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마르크스는 공산당 선언에서 『자본주의 수레바퀴는 만리장성을 무너뜨렸다』고 썼다. 1백50년후 중국의 무역장벽을 헐고 세계 각국에 무역자유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바로 강한 달러의 위력이다.<뉴욕=김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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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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