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女心'에 물든 가을 화랑

경기도 미술관 '언니가 돌아왔다'등 여성주의 미술 주도 작가 기획전 잇달아<br>패션·장갑 등 접목 생활속 작품도 눈길

윤석남‘허난설헌’

안종연 작가와 의류브랜드 '마인'이 연계한 전시 전경

‘언니들이 돌아왔다’ 올 가을 화랑가의 특징은 유독 여성 작가들의 전시가 두드러진다는 점.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 이후 여성주의 미술을 주도해 온 주요 작가들이 총망라된 미술관 기획전이 줄줄이 열린다. 또 삶과 미술의 연결고리 격인 작가들이 패션과 미술의 결합, 일상적 소재를 사용한 시도 등 흥미로운 작품으로 관람객의 눈길을 끈다. ◇진화하는 여성주의 미술=경기도 미술관(관장 김홍희)이 다음달 30일까지 기획전 ‘언니가 돌아왔다’를 통해 경기도라는 지역적 정체성을 살리면서 새로운 시대 여성미술에 대한 담론을 제시한다. 수원 출신인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과 페미니즘 미술의 대표주자로 화성에 작업장을 두고 있는 윤석남이 두 축을 이룬다. 여기에 김진숙ㆍ안진우ㆍ류준화ㆍ박영숙ㆍ장지아ㆍ태이 등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여성작가 24명, 북한 국적으로 중국에서 활동하는 손국연, 페미니즘적 시선으로 지속적으로 작업해 온 ‘청일점’ 조덕현 작가까지 총 27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전시는 여성(Woman)과 유목민(Nomad)의를 합성한 우마드(Womad) 개념을 도입해 디지털시대를 주도하는 여성의 진취성을 보여주는 등 여성에 대한 현대적 재해석에 접근한다. 200여점의 작품 외에 나혜석 아카이브에는 작가의 생전 자료가 전시됐다. (031)481-7007~9 대학로 아르코 미술관은 ‘윤석남 1,025-사람과 사람없이’전을 다음달 9일까지 연다. 대표적인 여성주의 작가인 윤석남(69)이지만 전시장은 나무를 깎아 만든 의외의(?) 개 조각이 빼곡히 채우고 있다. 유기견 1,025마리를 돌본다는 이애신 여사의 사연을 기사에서 접한 뒤 ‘목조 개’를 깎기 시작해 5년 만에 전시로 선보인 것. 모성의 강인함을 표현한 ‘999’, 중산층 여성의 불안한 내면과 소외감을 보여주는 ‘핑크룸’ 등 과거작도 볼 수 있다. (02)760-4724 ◇생활 속으로 파고든 미술=공공미술 작가 안종연(56)씨는 삼성동 갤러리원에서 열린 한섬의 의류브랜드 ‘마인’ 20주년 기념전을 통해 패션과 미술의 만남을 이뤄냈다. 물과 빛을 형상화하는 작가는 자연석 위에 얹은 유리구슬에 빛을 투과해 무표정한 마네킹에 생명을 부여하고, 거울과 빛을 이용한 설치작품을 통해 자아성찰의 장을 만들어냈다. 재독작가 송현숙(56)씨가 소격동 학고재에서 26일까지 개인전을 열고 있다. 작가는 파독 간호사로 고국을 떠나 예술가의 삶을 시작했다. ‘7획’ ‘18획’으로 붙은 제목은 작품을 완성케 한 붓질의 수. 힘차게 뻗은 획은 굽이치며 항아리를 빚고, 광목 천과 나뭇가지 혹은 기와지붕과 고무신으로 태어났다. 밑그림 없이 붓질만으로 형태를 그려내는 기법에서 동양화 특유의 정신을 드러내고, 서양의 템페라 기법과 조선의 귀얄 풀비라는 도구를 사용해 동서양의 조화를 이뤄낸 점이 높이 평가 받는 작가다. 명상적인 녹색조의 깊이감, 신작인 흰 항아리가 눈길을 끈다.(02)720-1524 목장갑을 소재로 작업해 온 ‘장갑화가’ 정경연(53)씨의 30년 기념전이 서초동 세오갤러리 5주년전에 맞춰 30일까지 열린다. 1980년대 초 로드아일랜드 스쿨오브디자인(RISD)에서 섬유미술을 공부하던 그에게 어머니가 손 보호용으로 보내준 장갑 한박스가 작품의 계기가 됐다. 염색한 장갑을 배열한 섬유회화 작품에서부터 조각ㆍ판화ㆍ비디오설치까지 장갑을 주제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다. (02)583-5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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