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4월 19일] '빨리 빨리' 문화와 안전한 사회

일본은 치과병원에도 안전모가 비치돼 있어 지진대비 훈련을 하면 의사와 손님들이 안전모를 쓰고 정말 열심히 훈련에 참여한다. 미국은 초등학교에서 소방 훈련을 하면 날씨가 아무리 춥거나 더워도 유치원생들까지 모두 건물 밖으로 대피하는 연습을 철저하게 한다. 재난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려는 선진국가의 대비태세는 이러한 훈련 모습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눈부신 경제성장과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각종 후진적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최근 부산 실내사격장 화재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주변에 새로운 위험요소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그에 대비하는 국민들의 안전의식과 국가의 제도는 아직도 미진하다. '빨리 빨리'로 대변되는 우리 문화의 특성이 경제성장에는 큰 도움이 됐지만 안전사회에는 장애요소가 되는 것 같다. 자동차 운전자가 돌발적인 상황에 대비하며 방어운전을 하듯이 우리 사회도 이제 속도를 늦추고 주위를 살피며 철저한 위기대응 태세를 갖춰나가야 할 시점이다. 오는 28~30일 '2010년도 재난대응 안전한국 훈련'이 전국 곳곳에서 실시된다. 첫날은 풍수해 분야, 둘째 날은 지진·해일 분야, 셋째 날은 대형사고 분야로 나눠 체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훈련이 형식적인 행사로 끝나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태풍이나 테러와 같은 구체적인 상황을 설정해 현장감 있는 훈련을 실시하고 국민평가단과 민간단체들이 함께 참여해 결과를 평가할 예정이다. 안전한 사회는 위험요소들을 미리 파악하고 지혜와 힘을 모을 때 이뤄진다. 조금 힘들더라도 사전에 튼튼히 준비해놓으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안전한국'과 같은 대대적인 훈련뿐만 아니라 가정과 학교에서의 일상적인 교육과 훈련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안전에 대한 관심과 의식이 한 단계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