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1월 18일]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 심사숙고 해야

이명박 정부가 제시한 ‘공기업 민영화’ 방안의 핵심은 시장에 ‘자율성’을 주자는 것이다. 금융위원회ㆍ공정거래위원회 수장도 얼마 전까지 ‘공기업 민영화’는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기획재정부ㆍ금융위원회 등 정부기관은 증권선물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장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움직임이 최근 정부기관에서 일고 있는 것이다. 정부 측에서 주장하는 논리를 간추리면 ‘실질적인 감독 기관인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투명성 및 효율성 제고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즉 ‘방만경영’ 가능성을 막자는 것이다. 하지만 거래소의 ‘방만경영’ 가능성은 기존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감사 기능으로 견제가 가능하다. 굳이 멀쩡한 민영기관을 공공기관으로 바꾸는 ‘무리수’를 둬가며 시장의 ‘자율성’을 훼손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공기업의 고질적인 ‘방만경영’에 감사원감사ㆍ국정감사 등에 대비한 ‘보신주의’로 인한 ‘현실안주형’ 운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거래소에서 성사시킨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지수 편입’과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에서는 “선진지수 편입과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는 상관관계가 없다”며 반론을 편다. 하지만 FTSE 선진지수 편입 요건의 ‘기타항목’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타항목에서는 ‘시장의 성숙도’가 포함돼 있다. 만약 정부의 논리대로 ‘감독기관의 방만경영 가능성’ 때문에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면 우리 스스로 ‘거래소를 포함한 시장이 성숙하지 못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인정하는 꼴이 된다.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은 이명박 정부에서 강조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정부가 거래소 지분 70%를 보유 중인 슬로바키아를 제외하면 정부가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거나 경영에 관여하는 사례는 없다. 오히려 외국 거래소들은 독자적인 경영 자율성을 갖고 상호 지분 교환과 합병에 나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굳이 정부가 거래소의 투명성과 효율성 제고에 앞장서고 싶다면 ‘공공기관’ 지정이 아닌 복수거래소 설립, 거래소 기업공개(IPO) 추진을 독려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주주 감시와 상호 경쟁을 통한 효율성, 투명성 제고가 획일적인 관(官)의 규제보다 시대 흐름에 적합하다. 정부 당국의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에 대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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