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중의 미망과 광기] 인간 내면속 군중심리의 실상

■ 대중의 미망과 광기 찰스 맥케이 지음/ 창해 펴냄 `사람은 혼자 있을 때 분별력있고 이성적이다. 그러나 군중 속에 있으면 멍청이가 된다.` 독일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실러(1759~1805)가 한 말이다. 사람들은 수 십만년동안 동물에서 인간으로 진화해 왔다고 하지만 기실`원초적 본능`의 면에서는 조금도 진화되지 않은 것 같다. 특히 어느 민족, 어느 사회든지 갑자기 한가지 목표를 미친듯이 추구한다든지 수백만명이 어떤 것에 현혹되어 새로운 매력적인 것이 등장하기에는 장기간 다른 것을 전혀 거들떠보지 않는다든지 하는 경우가 바로 그렇다. 1932년 주식투자로 100만달러를 벌었다는 월스트리트의 금융가 버나드 바루크는 인간의 비이성적인 행동 양식을 깔다구 떼에 비유했다. `화창한 일요일, 수풀 위를 나는 수천마리의 깔따구 떼를 보았는가? 바람 한점 없는 날인데도 비행하던 무리가 갑자기 3피트 정도 평행이동한다. 이들은 갑자기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왜 그럴까? 거대한 대중의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별 볼일 없는 개체의 미세한 움직임도 나중에는 엄청난 결과를 빚어내고야 만다.` 이번에 나온 책, 찰스 맥케이의`대중의 미망과 광기`는 주기적으로 미쳐 날뛰며 돌아가는 인류사를 통해 종잡을 수 없는 인간의 광기를 적나라하게 소개한다. 이미 150여년전인 1841년 영국서 초판이 나온 이래 이 분야에서 대표적 고전이 돼 버린 이 책은 역설적으로 광기를 통해 나타난 인간의 나약한 모습까지 가감없이 드러낸다. 이런 점에서 복잡한 일상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이 책은 종(種)으로서의 인간이 갖는 한계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옛날엔 군사적ㆍ폭력적인 광기가 많았다. 한 민족이 계층에 상관없이 군사적인 영광에 도취해 무자비한 살륙과 약탈을 자행한다든지, 특정 종교에 미친 광신교도들이 피가 강물이 돼 흐를 때까지 이교도들을 모조리 몰살하려 한다든지 하는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근대 이전까지만 해도 유럽인들은 십자군 전쟁의 미명아래 비이성적인 이슬람 원정대를 조직했으며, 지나는 길목마다 인근 마을을 약탈, 방화하는 일은 신의 이름아래 묵인됐다. 1ㆍ2차대전의 살륙과 유대인, 집시,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말살 정책 역시 이와 비슷한 것이었다. 자본주의가 자리를 잡아가는 근대이후엔 경제적 집단 행동이 주기적으로 사회를 휩쓰는 경우가 많아졌다. 튤립 한 뿌리를 집 한 채 값을 주고 거래했던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 사건이나 주식투기로 수많은 사람들을 파산시킨 영국 남해회사와 프랑스 미시시피회사 사건 등 19세기의 식민지 투자 열풍이 바로 그것이다. 중세에 수백년 동안 유럽 사람들을 계속해서 우려먹었던 연금술이나 면죄부 판매 열풍들도 이와 유사하다.현대에 들어와서 벌어진 1930년대 대공황이나 최근의 주식투자 열기와 벤처투자 열풍도 결국은 뿌리깊은 대중 광기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불과 4~5년전만 해도 사람들은 벤처 혹은 디지털이란 이름만 달아도 주식 액면가의 100배를 넘는 가격에 공모에 참여하려고 안간힘을 ?㎢?. 당시엔 17살 먹은 고등학생이 만든 인터넷 사이트 주식을 수만원씩에 매입하곤 했다. 지난해에는 10ㆍ29 부동산 대책이전까지 서울의 강남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부동산투자 열풍이 다시 한번 몰아쳤다. 이 책에서는 이 밖에도 군중 미망의 또다른 형태였던 각종 종말론적 예언들과 자기 치료요법, 최면술, 미신이 덧씌워진 유물 수집 열기, 마녀 사냥 등도 소개한다. 인류사를 관통해 온, 어처구니없는 이런`광기`를 보노라면 `인간의 이성과 과학이 아무리 높은 수준에 오르더라도 인간 본성 깊숙히 숨은 집단적 광기는 어찌할 수 없는 것인가`하는 회의론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집단적 광기를 반대로 역이용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것은 주목할만 하다. 튜울립 값이 오를 때, 주식 값이 오를 때, 부동산 값이 오를 때 일반 대중들과는 반대 방향의 투자를 한다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내노라하는 컨설턴트들은 벌써 수많은 부자되는 책들을 통해 `대중이 팔 때 사고, 대중이 살 때 팔아라`며 대중과 반대되는 방향의 투자를 적극 권하고 있는 중이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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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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