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자존심의 문제

제8보(139~203)


우상귀를 백이 먼저 두게 되느냐 흑이 먼저 두게 되느냐가 숙제였다. 그런데 박영훈이 72에 손을 돌렸다. 15집은 족히 되는 반상 최대의 끝내기였다. 흑이 먼저 둔다면 가에 붙이는 것이 맥점이다. 이 큰 끝내기를 놓친 것이 분했는지 구리의 손길이 거칠어졌다. 75로 백대마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우하귀에서부터 뻗어나온 백대마가 아직 미생인 것이다. “정말 잡겠다는 걸까?” “잡히지는 않을 거야.” “구리가 끝까지 잡으러 와야 하는데….” 검토실의 젊은 기사들이 주고받는 얘기. 구리는 사납게 추궁만 하다가 슬그머니 살려주고 말았다. 흑97로 중앙에 대여섯 집을 마련하는 냉정함을 보였다. 현명한 처사였다. 끝까지 잡으러 가면 어떻게 될까. 참고도의 흑1로 잇고 버티면 백대마는 두 눈을 내지 못한다. 그러나 백2,4로 안형을 없애면 흑대마도 미생이다. 유가무가로 도리어 흑대마가 죽게 된다. “이기면 얼마 받는 바둑이지?” 서봉수가 강만우에게 묻는다. “3,000 달러.” “진 사람은 얼마 받지?” “1,000 달러요.” “약소하구먼.” “상금보다도…. 자존심이 걸려 있어요. 한국 기사들이 구리한테 줄줄이 깨졌기 때문에….” 계가를 해보니 1집 반 차이였다. 박영훈이 눈부신 끝내기를 했지만 서반에 그르친 형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3번기는 단판승부로 변했다. (81…69) 203수 이하줄임 흑1집반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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