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자본주의는 몇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그 첫째 공통점은 둘 다 발상지가 영국이라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생성시점을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이 출간된 1776년도로 보는데는 아무도 이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골프는 15세기 이전부터 스코틀랜드의 양치는 목동들이 심심풀이로 시작했다는 것이 정설로 돼 있다. 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장도 스코틀랜드에 있는 세인트 앤드류스 구코스다. 그러나 골프의 룰이 성문화 된 것은 「국부론」이 발간된 무렵인 18세기 중엽이었다. 따라서 자본주의의 규칙과 골프의 규칙은 비슷한 시기에 영국에서 정립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두번재 공통점은 이 두가지가 시작은 영국에서 되었지만 영국이민자들에 의해 신대륙으로 옮겨진 후 현재까지 오히려 미국에서 더욱 꽃을 피우고 있다는 점이다. 골프계의 주도권이 미국으로 옮겨져 세계에 견줄만한 상대가 없을 정도로 막강한 골프왕국이 되었고 자본주의 경제 또한 미국이 이끌어가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세번째 공통점은 이 두가지가 일정한 법칙 아래서 진행되는데 끊임없는 반칙의 유혹을 떨칠 수 없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경우 반칙을 하면 즉시 큰 돈을 벌 수 있고 골프게임의 경우 반칙을 하면 타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가지 다 가장 신사적으로 할 것이 요구되며 또한 높은 수준의 도덕률을 필요로 하는 게임이다.
사람들이 즐기는 게임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리고 각 게임에는 심판들이 있어 게임의 룰을 어기지 못하게 하는데 골프만은 유독 심판이 없다. 아니 자기자신이 심판인 게임이 골프라고 하는게 더 정확하겠다. 자본주의 게임에서는 아담 스미스가 이야기하는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S)이 심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 이 두 게임의 경우 눈에 보이는 심판은 없지만 서로가 심판 역할을 해 게임의 룰이 잘 지켜지도록해야 한다. 가장 정직해야 하는 게임, 아니 자기자신에게 가장 엄격해야 하는 게임이 골프가 아니겠는가. 공을 제위치에서 조금만 움직이면 멋진 샷을 날릴 수 있겠지만 그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된다. 자본주의의 경우도 규칙을 어기고 공해물질을 몰래 배출하면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겠지만 그런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된다.
세가지 면에서 골프와 자본주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높은 수준의 정직성을 요구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래서 골프가 발전하는 나라는 자본주의가 제대로 발전할 수 있는 나라라고 한다면 지나친 논리의 비약일까. 얼마전 신문보도에 의하면 중국 북경에 있는 한 골프장에서 우리나라 골퍼들의 입장을 금한다는안내문을 게시했다고 한다. 전에도 다른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서 신문에 보도된 일이 있었는데 이런 일들이 앞으로도 계속 반복된다면 우리나라 경제가 어떤 수준이상으로 발전하기는 힘들지 않겠는가 하는 걱정이 자꾸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