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는 지난해 6월 사업ㆍ금융소득을 뺀 종합소득이 4,000만원을 넘으면 건보 직장가입자 자녀 등의 피부양자가 되지 못하게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핵심 타깃은 국장급 이상 고위공무원과 장성ㆍ교장ㆍ교수 출신 공무원, 교원 등으로 국민연금을 뺀 공적연금 수령자 37만명 가운데 6%에도 못 미치는 2만2,000명 정도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부처별 협의, 최근 법제처 심의과정에서 안전행정부가 강하게 반발하자 복지부는 일보 후퇴했다. 안행부는 재직기간 중 본인이 연금ㆍ건강보험료의 50%를 이미 부담한 만큼 정부 기여분인 나머지 50%에 대해서만 건보료를 부과하는 게 맞는다는 논리를 관철시켰다. 이중과세 내지 건보료 이중부담은 안 된다는 논리가 승리한 셈이다.
복지부는 결국 연간 공적연금액의 50%가 2,000만원을 넘는 퇴직자, 기타소득 4,000만원 초과자 식으로 쪼개 건보료를 물리기로 방침을 바꿨다. 겉으로는 '연간 공무원 연금액의 50%가 2,000만원을 넘는다'는 것과 '연금액의 100%가 4,000만원을 넘는다'는 것이 같아 보이지만 그 밑에는 기득권 지키기가 깔려 있다. 한해 2조원 안팎의 혈세를 적자보전에 쓰는 공무원연금 지급구조를 지켜내려는 속셈이 담긴 것이다.
본인 기여분에 건보료를 물리지 않아야 한다는 안행부의 논리는 세계적 조류에도 걸맞지 않다. 공무원들의 이기주의에 편승한 복지부도 믿음이 안 간다. 건보료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면서도 공무원연금 등과 마찬가지로 고용주가 보험료의 50%를 부담하는 국민연금, 대기업 등의 개인연금에 같은 논리를 적용할지 등을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복지부에 국민연금 개혁과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을 맡겨야 하니 걱정이 앞선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안행부와 어물쩍 넘어가려는 복지부를 제어할 곳은 현실적으로 총리실이나 청와대밖에 없다. 민심에 등을 돌리는 행위는 규제 받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