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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통일되면 초대박 터지는 한국 기업
[한중수교 20년 중국과 함께 세계로] 동북아·태평양 시대 여는 포스코훈춘 국제물류단지 9월 착공… 한반도 통일경제권 대비"중국 두만강 국제특구 성장 잠재력 엄청나다" 포스코 특유의 통큰 투자철강·에너지 등과도 연계… 미래 물류허브 선점나서
훈춘(지린성)=이병관특파원 yhlee@sed.co.kr
북한 원정리와 접해 있는 중국 훈춘시 권하세관 전경. 북한 나진항으로 향하는 길목으로 중국 정부는 원정리와 나진항을 연결하는 도로 공사 건설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지난 5월 29일 중국 동북부 지린성(吉林)의 옌지(延吉)공항. 공항 대합실 곳곳에 설치된 대형 TV마다 '두만강 지역(琿春ㆍ훈춘) 국제합작 시범구'의 미래를 사이버 동영상으로 제작한 프로그램이 상영되고 있었다. 이날 지린성이 북한ㆍ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최동단의 도시 훈춘시에서 쑨정차이 지린성 당서기 등이 참석한 가운데 두만강 지역 일대 90㎢를 오는 2020년까지 국제무역ㆍ산업 중심 도시로 육성하기로 하고 착공식을 가진 데 따른 홍보작업의 일환이다.
훈춘이 지금은 변경의 소도시지만 북한의 나진ㆍ청진, 러시아의 하산ㆍ자루비노 등을 잇는 고속도로ㆍ철도 신설 및 현대화 작업이 완료되면 태평양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국제 경제ㆍ무역 중심 센터로 발돋움하게 된다며 '삼림 고속철' '국제회의 전람 센터' 등의 미래 청사진이 한 편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옌지공항에서 훈춘으로 가는 도로 곳곳에는 중국 국영철도기업인 중궈디톄(中國地鐵) 22집단의 고속철 공사가 한창이다. 지린성 성도 창춘(長春)과 옌지ㆍ훈춘을 잇는 고속철 노선이다. 공사 현장에는 '옌볜 자치주 인민의 복지를 위해 가열차게 고속철 건설에 매진하자'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21세기 동북아ㆍ태평양 시대를 맞이해 북한의 동해를 교두보 삼아 드넓은 해양으로 진출하려는 중국의 거대 야심이 드러난 현장이다.
중국 정부는 동북3성, 특히 바닷길이 막혀 있는 지린성의 경제개발을 위해 창춘ㆍ지린ㆍ투먼(두만강 유역)을 잇는 이른바 '창지투 개발 선도구' 프로젝트를 북한의 나진특구와 연결시키는 작업에 사활을 걸고 대대적으로 이 지역에 철도ㆍ도로 등 인프라 투자에 나서고 있다. 바로 이 곳의 어마어마한 성장잠재력을 간파하고 훈춘에 150만㎡ 규모의 국제물류단지 개발에 나선 기업이 있다. 포스코가 1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지난해 9월 현대상선 등과 합작해 세운 '훈춘포항현대 국제물류원구개발유한공사'다. 포스코의 이번 훈춘 진출은 세계 500강 기업으로서는 지린성에 첫 진출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 회사의 연제성 법인장은 "물류단지 개발은 태평양으로 뻗어나가기 위한 중국 정부의 두만강 유역 개발은 물론 한반도 통일 경제권에 대비하는 중장기적 포석"이라고 말했다.
지린성은 올 들어 훈춘의 물류단지 규모를 포스코의 150만㎡를 포함해 1,200만㎡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미래 물류 허브 중심으로서의 훈춘에 얼마나 기대를 걸고 있는지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물류단지 건설은 포스코가 지린성에서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의 하나다. 2010년 7월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지린성과 철강, 신도시 건설, 물류, 에너지, 통신 등 5개 항목에서의 전략적 협력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그 첫 단추로 훈춘시 국제물류단지를 출범시켰다.
이번 투자는 중국 정부의 개발 청사진에 반신반의하며 투자를 주저하는 대부분의 외자기업과 달리 큰 안목과 그림에서 적극적 투자를 함으로써 선점 효과를 극대화하는 포스코식 경영 발상이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포스코 중국사업의 총사령탑인 포스코차이나의 정길수 대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나진항 인프라 확대와 맞물려 북한이 본격 개방에 나설 경우 중국의 동북부와 한국ㆍ일본ㆍ중국의 중남부 대륙이 뱃길로 연결되는 혁신적인 동북아 태평양 물류 시대가 열린다"며 "이번 훈춘 물류단지 사업은 동북아 태평양 해양물류 시대에 대비하는 것은 물론 한반도통일 경제권에 대비하는 데 있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허허벌판이었던 상하이 푸둥지구에 1995년 과감하게 34층 최첨단 빌딩인 포스플라자 건설을 결정함으로써 당시 중국 장쩌민 주석 등 공산당 지도부에게 중국과 공생ㆍ공영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외자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준 바 있다. 당시 중국 정부는 개혁ㆍ개방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덩샤오핑의 1992년 남순강화 사건 이후 상하이 경제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던 터였다. 이때 상하이의 청사진을 보여주며 주요 외자기업 유치에 정성을 쏟았지만 상당수 기업이 투자를 주저했던 것이 사실이다.
포스플라자 건설에서 보여줬듯 중국과 함께 공동 성장하겠다는 포스코의 경영 방식은 2005년 외자계 기업으로서는 전무후무하게 포스코가 장쑤(江蘇)성 장가항에 스테인리스 일관 제철소를 건설하는 성과로 이어졌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번 국제물류단지 건설도 이같이 넓게 바라보고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포스코식 경영이 빚어낸 결과물로 평가 받고 있다.
훈춘에서 북한과 수산물 무역을 하고 있는 중국인 사업가 천모씨는 "중국의 두만강 유역 국경 지대인 훈춘ㆍ투먼과 북한의 나진ㆍ청진 등을 잇는 교통 인프라 구축이 완료되고 북한의 개방정책이 본격화하면 엄청난 물류 수요가 생길 것"이라며 "훈춘이 동북3성의 중요한 국제물류 중심지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