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십자각]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미국은 우주 차원의 충격에 약하다.구(舊)소련이 1957년 첫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발사하자 미국은 소련이 당장 미사일로 공격할 것 같은 공포에 휩싸였다. 당시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하늘에 작은 공 하나 올라간 것 가지고 걱정할 필요 없다』며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미국 국민은 「스푸트니크 쇼크」를 일본의 진주만 공습보다 더 크게 받아들였다. 4년 뒤 소련이 「보스토크」에 첫 우주비행사인 유리 가가린을 태워 보내자 미국은 다시 「보스토크 쇼크」로 들끓었다. 당시 케네디 대통령은 『소련을 따라잡는 방법만 안다면 저기 저 청소부라도 좋다』며 고함을 질렀다. 미국은 하다 못해 자기네 우주개발사업이 실패해도 「쇼크」다.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가 사소한 실수로 폭발한 「챌린저 쇼크」는 우주 강국으로서 미국의 자존심에 상처를 남겼다. 한국은 우주 차원의 충격에 매우 강하다. 한국은 충격을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며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데 놀라운 「은근과 끈기」를 보인다. 이웃 일본은 1970년 「람다」 로켓으로 첫 위성인 「오수미」를 쏘아 올린데 이어 이미 핼리혜성 관측위성(1985년)·달 탐사위성(1990년)·태양 관측위성(1991년)을 띄웠으며, 내년에 우주왕복선 「HOPE」까지 발사할 계획이다. 일본을 따라 잡자는 구호는 우주 차원에서는 예외였을까. 일본의 자위대 증강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로켓 발사에 대해서는 왜 무관심했을까. 축구경기장에서 일본에 지면 온 나라가 발칵 뒤집히지만, 「우주경기장」의 승부에는 관심도 없다. 반도체에서 자칭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한국은 아직 소련이 41년 전에 개발한 기술조차 따라가지 못한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깎아내린 「작은 공」 하나조차 우주에 보낼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8월 31일 「작은 공」(광명성 1호) 발사를 시도했다. 비록 실패했지만 북한의 「작은 공」은 미국과 일본에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미국은 「난쟁이」(북한)가 그들 몰래 「작은 공」을 쏜데 대해 놀랐고, 일본은 「작은 공」이 그들 머리 위를 지나간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한국은 역시 「충격」에 강했다. 한국은 북한이 「작은 공」을 띄웠는지 「작은 막대기」를 던졌는지 관심조차 없다. 한국에 북한의 실패한 인공위성은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불과했을까. 충격에는 변화가 뒤따른다. 미국은 「스푸트니크 쇼크」에 따라 과학교육을 강화했고, 「보스토크 쇼크」에 따라 「Man On The Moon」을 열망했으며, 「챌린저 쇼크」에 따라 완벽한 기술을 추구했다. 그러나 한국에는 충격도 없고 변화도 없다. 우주는 지금 미국에 「생활」의 공간으로, 일본에 「경제」의 공간으로, 북한에 「국제 정치」의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한국에는 아직 「공상과학」의 공간에 지나지 않는다. 【許斗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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