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라인 15조 투자] "수급 전망 밝은 확실한 먹거리" 반도체로 미래 승부 건다

IT제품 수요로 시장규모 꾸준히 증가 예상

기흥-화성-평택 이어지는 클러스터 구축

경기도 고용 15만명·생산유발 41조 수혜

공재광(왼쪽부터) 평택시장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최금식 경기도시공사 사장이 6일 경기도 평택 고덕산업단지 현장사무소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평택고덕산단 조기가동에 따른 투자 및 지원 협약 체결식''에서 협약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위기 극복을 위한 삼성전자의 선택은 반도체였다. 경기도 평택 고덕산업단지 삼성전자 부지(283만㎡)의 활용 방안은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미래를 책임질 사업이 고덕산단에 자리잡을 것이라는 분석 속에 자동차용 배터리나 의료기기·바이오 등 삼성의 신수종사업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해왔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6일 발표한 고덕산단 청사진의 첫 장을 장식한 주인공은 바로 반도체였다. 반도체는 지금의 '글로벌 삼성'을 있게 한 일등공신으로 신수종사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폰 판매 부진이 불러온 실적악화 위기를 든든히 지탱해 주는 것도 반도체이고 앞으로 수요와 공급 모든 면에서 시장 전망이 밝은 것 역시 반도체인 만큼 여전히 최고의 미래 먹을거리로 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는 게 삼성전자 안팎의 평가다.


◇역대 최대 규모의 반도체 투자=삼성전자가 고덕산단에 1차로 쏟아붓는 돈은 15조6,000억원에 이른다. 기반시설과 공장을 만드는 데 5조6,000억원, 내부 설비를 갖추는 데 10조원이 들어간다. 단일 반도체 시설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직전 최고를 기록했던 중국 시안 반도체공장(70억달러)보다 두 배 이상 많다.

평택공장을 메모리반도체로 채울지, 시스템반도체로 채울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모바일과 웨어러블(착용 가능한), 사물인터넷(IoT) 등이 성장하는 시장 상황을 보고 투자 품목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 반도체 공장은 오는 2017년 하반기부터 가동을 시작하지만 가동률이 100%까지 올라가고 나머지 부지 개발이 이뤄지기까지는 아직 수년의 시간이 더 필요한 만큼 삼성전자의 전체 반도체사업에서 평택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당분간 10~20%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투자로 경기도와 평택시도 커다란 수혜를 보게 됐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평택 반도체공장이 가동하면 직·간접 고용창출 15만명, 생산유발 41조원에 이르는 거대한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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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기존 시스템반도체와 발광다이오드(LED)를 생산해온 기흥사업장과 메모리 생산라인이 있는 화성사업장과 연계해 '기흥~화성~평택'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클러스터를 갖춤으로써 경기도는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반도체의 메카로 자리잡게 된다.

◇안정적인 수급여건…'확실한 먹을거리'=모바일을 중심으로 웨어러블과 IoT 시장이 점차 발달하면서 세계 반도체시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시장 규모는 지난해 3,353억달러에서 올해 3,553억달러, 2016년 3,737억달러, 2018년 3,905억달러로 꾸준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확실하게 수요가 늘고 있지만 반도체시장 치킨게임이 끝나면서 메모리반도체 공급업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3곳뿐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과점 시장이 유지되면서 안정적인 고수익도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은 지난해 2·4분기부터 올해 2·4분기까지 5분기 동안 영업이익률이 20% 안팎을 유지하며 다른 사업 부문과 비교해 최고의 수익성을 자랑하고 있다.

김 사장은 "(메모리반도체)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지만 스마트폰을 비롯해 신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고 삼성전자가 준비하는 물량도 공급과잉을 초래할 정도는 아니다"며 시장 상황을 안정적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어 "프리미엄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차세대 기억장치)도 앞서나가고 있고 모바일 D램의 기술력도 뛰어나다"며 "차별화된 제품으로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해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이 △수요 증가 △과점 시장 △기술력 등 삼박자를 갖춘 만큼 고덕산단에 투자해야 할 대상 1순위로 꼽힌 것은 당연한 선택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남은 부지는 신수종사업에 투자할까=삼성전자가 고덕산단에 반도체라인을 짓더라도 여전히 4분의3가량은 빈 땅으로 남아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나머지 부지를 다른 사업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김 사장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고 다른 관계사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는 계속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언제든지 삼성전자 혹은 그룹 내 계열사가 신수종사업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2010년 고덕산단 입주 협약식에서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던 최지성 그룹 미래전략실장은 "2020년까지 신수종사업에서만 50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며 "평택의 삼성은 수원 디지털시티, 기흥 나노시티, 천안 등과 함께 최첨단 단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애초부터 고덕산단을 신수종사업 거점으로 염두에 둔 만큼 앞으로 자동차용 배터나 의료기기·바이오제약 등을 위한 투자에 언제든지 활용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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