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하나만 잘해도…

40대의 젊은 서울시장이 출근을 시작했다. 밝은 표정과 씩씩한 걸음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고 든든한 느낌을 준다. 시정(市政)에 대한 밑그림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맑은서울 추진본부’ ‘서울경쟁력강화 추진본부’ ‘균형발전 추진본부’ 등 핵심업무를 맡을 3개 본부가 신설될 예정이고 40대 외부인사도 영입한다고 한다. 어느 모로 보나 신임 시장의 패기 넘치는 의욕이 엿보인다. 하지만 ‘창의력’ 넘치고 ‘혁신적’인 서울시정을 펼치겠다는 그의 취임 일성을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 만은 않다. 그 말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 현실성을 따져볼 때 의지만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아직 현실에 서있다기보다 공중에 떠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걱정스럽기도 하다. 그 스스로도 취임 첫날 말했듯 공무원 조직은 관행과 제도에 강하게 묶여 있다. 단순히 감사 시스템이나 인사 시스템을 바꿔 해결될 성격이 아니다. 실제 공무원을 만나봐도 이런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주요 사안에 대해 “새로 오신 윗분의 공감이 있어야 한다” “그 다음 단계는 신임 시장에게 달려 있다” 등 부서를 막론하고 대답은 한결같다. 그가 직접 일하지 않으면 조직은 더더욱 한 발자국도 떼지 않을 것이다. 시정을 선거운동이나 정치의 연장선으로 생각한다면 그건 그가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일 게다. 노란색 물결을 타고 청와대에 들어와 각종 위원회를 만들면서 정부조직을 쇄신하겠다고 일성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지금 국민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가. 초록색 물결을 타고 서울시청에 입성한 젊은 시장이 새로 본부를 만들어 과연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 이미 그 실현 가능성에 벌써 물음표를 찍는 시민도 있다. 4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길지 않다. 정해진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정해져 있을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전임 시장의 경우 그 기간 동안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선택해 집중했고 결국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전임 시장의 정책을 상당 부분 물려받은 그이지만 그 길을 똑같이 걸어선 성공할 수 없다. 신임 시장의 장기는 무엇인가. 지나친 욕심 부릴 것 없이 딱 그 것만 잘해도 4년 뒤 갈채를 받으며 떠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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