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헌재 경제팀에 거는 기대

이헌재 전 재경부 장관이 경제부처 수장을 다시 맡은 데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한 쪽에서는 시장의 자율을 중시하는 `시장주의자`로 평가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관치의 화신`으로 치부하는 등 그를 보는 시각이 크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경제ㆍ금융의 해결사`라는 데에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하며, 그런 성향에 비추어 볼 때 앞으로 정책을 과단성 있게 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 동안 참여정부는 논의만 있고 행동은 없는 `NATO(No Action Talk Only)`정부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행동`이 필요한 시점에서 결단력과 추진력을 가진 이 부총리가 기용된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인선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 부총리가 취임 일성으로 “성장이 우선”이라고 밝힌 것은 적절하다고 본다. 하지만 과거의 낡은 성장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해 성장을 이끄는 것은 오히려 마찰만 불러 일으킬 뿐이다. 새로운 성장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바로 참여정부 2기 경제팀이 반드시 해야 할 기본 과제다. 이 같은 과제는 과거처럼 관치적 발상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 특히 지금은 외환위기 상황과 달리 국민의 힘이 사분오열된 상황이다.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는 정치적 지도력이 실종된 상태에서 갈등구조만 더 복잡다기 해졌다. 신용불량과 투자부진 속에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것도 난제다. 이 부총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은 IMF시절보다 더욱 혼란스럽다고 할 수 있다. 이 부총리가 11일 취임사에서 밝힌 것처럼 현재는 정부주도 체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새 패러다임은 자리잡지 못한 상태다. 이와 관련, “시장이 깨지든 말든 내 이익만 챙기면 된다는 억지나 불장난이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대목이 주목된다. 이는 당분간 정부가 LG카드 문제 등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뜻으로 비쳐진다. 우리는 과도기적 연계정책이 필요하다는 이 부총리의 인식에는 공감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시장경제의 촉진을 유도하는 방향이어야 하지, 새로운 형태의 관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공직사회의 연고주의와 복지부동에 대한 그의 인식도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그는 “일하는 법을 배우고 전문지식을 키워나가기 위해 애쓰기보다 인연을 찾아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직을 관리하느라 전전하지 않았나 되씹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공직기강을 확립해 가기 바란다. 아무튼 이 부총리가 외환위기를 타개했던 행정경험과 야인의 입장에서 바라봤던 현실감각을 바탕으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면서 경제를 살려낼 수 있기 바란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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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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