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승부의 큰 요령

제4보(55~74)

흑57은 뒷맛을 살려 중앙 타개의 실마리로 삼겠다는 응수타진이었다. 그러나 이 수 역시 과수였다. 발목잡기의 명수 서봉수가 이 과수를 놓칠 리가 없었다. 백58 이하 62로 타이트하게 추궁당하여 흑의 응수가 두절되었다. 미련없이 67로 돌아섰지만 68로 뚝 끊기고 나니 좌변의 백진이 확정지로 굳어졌다. 이것으로 바둑은 흑이 거의 절망적이라는 검토실의 총평이었다. 일부 검토진의 흑67을 너무 싹싹한 양보라면서 어떤 식으로든 좌변을 살려야 승부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복기때 박영훈은 참고도를 제시하여 말했다. “살리는 수는 읽고 있었어. 하지만 살면 확실히 지겠더라구.” 참고도의 흑17까지로 살 수는 있지만 백18을 당하면 흑이 일방적으로 불리한 바둑이다. 그렇게 판단하고 싹싹하게 좌변을 버렸던 것인데 결과적으로 그것이 승리의 요인이 되었다. 확실히 지는 코스로 보이면 그것만은 일단 피하고 보는 요령. 그것은 조훈현을 비롯한 고수들이 언제나 보여주었던 승부의 큰 요령이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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