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실로 그린 회화… '타피스트리' 1세대 작가 정정희展

정정희 '흑백의 구성'

정정희 '힘'

무거운 직물이라는 뜻의 라틴어 'tapis'에서 온 '타피스트리(tapestry)'는 언뜻 곱게 제작한 양탄자처럼 보이지만 '실로 짜 그린 회화'로서 섬유예술 장르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집트와 페르시아에서 태동한 타피스트리는 로마네스크 시대 유럽으로 전파돼 성서의 내용을 담은 종교적 성격을 띠었다가 역사ㆍ전설의 기록화로 발달했고 17~18세기 프랑스에서 전성기를 누렸다. 서양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타피스트리는 물론 섬유예술 작품을 볼 기회가 적다. 마침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은 한국에서 타피스트리를 순수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1세대 작가 정정희(81)의 예술세계를 조명한 '타피스트리의 거장, 정정희'전을 10월20일까지 열고 있다. 1953년 서울대 조소과를 나온 작가는 1960년 외국 연수 프로그램에서 당시 섬유예술 분야의 대가인 미국 필라델피아 뮤지엄 미술대학의 잭 라르센 교수를 만나면서 인생의 진로가 바뀌었다. 서양과 달리 섬유예술이 인정받지 못하는 국내 실정이라 그의 선택은 파격이었다. 조각을 공부한 그는 단순히 씨실과 날실을 일정한 규격으로 교차시켜 무늬를 짜 넣는 직조 작품에 만족하지 않았다. 색실로 면을 만들되 조각처럼 제작해 공간감을 부여했다. "섬유예술 분야에서 공간을 만들어내는 시도를 한 것은 아마도 제가 처음일 겁니다. 생활속에서 특정한 용도가 있어야 하는 공예품과 달리 제 작품은 실로 만드는 순수한 예술 작품입니다. 조각과 달리 색을 쓸 수 있고 회화와 달리 입체적일 수 있어서 더 좋고요." 작품은 모자이크화 같은 오묘한 색의 배합, 부드러운 그림자까지 아우르는 시각적 완성도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작품은 가을이 물들기 시작한 미술관의 주변 풍광과도 더없이 잘 어울린다. (02)3217-6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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