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10월 20일] 금융위기는 왜 다시오는가

지난 1980년대 말 소련 및 동구 공산권이 무너지자 시장경제의 승리는 시장에 대한 신뢰를 높였다. 경제학은 인간이 합리적이며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 그의 효용을 극대화한다고 가정한다. 따라서 한동안 합리적 기대(rational expectation) 가설이 풍미한 것도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 말을 전후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금융위기가 세계 여러나라에서 발생했다. 1987년 10월의 “검은 월요일(Black Monday)”을 비롯해서 1988~1990년 일본의 주가 붐과 폭락, 1997-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그리고 현재 전세계로 번져나가고 있는 미국발 금융위기에 이르기까지 위기는 끝없이 계속되고 있다. 세상이 합리적이고 시장이 완전하다면 금융위기를 초래하는 자산 버블(bubble)은 있을 수 없다. 버블을 생성하는 과도한 매입이나 광기(mania)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시아 금융위기에 대한 선진국 및 국제통화기금(IMF)의 시각과 정책건의가 이를 잘 반영했다. 무엇보다 아시아는 과도한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서 금리를 올리고 정부지출과 부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도덕적 해이를 억제하기 위해서 기업구제 및 보조금 지원은 삼가야 한다. 자산가격의 하락은 시장붕괴가 아니라 가격조정이므로 정부는 개입할 필요가 없다. 기업은 경영투명성을 높이고 아시아 경제는 미국식 자유시장 경제를 따르라는 것 등이었다. 그러나 정작 금융위기를 당하자 미국은 수많은 금융기관들을 구제하고 금리를 내리고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책정하는 등 아시아 금융위기에 대한 정책건의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과연 첨단 금융시장을 자랑하던 미국 금융시장이 “완전한 시장”이었는가. 그리고 미국의 투자자들이 합리적이었는가. 미국의 금융위기는 버블이 공포(panics)를 생성하고 시장붕괴(crashes)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1980년대에는 세계적으로 금융시장에서 자유화ㆍ개방화 등 규제완화가 강조됐다. 금융자유화와 개방화는 경쟁을 촉진했다. 다양하고 복잡한 파생상품도 쏟아져나왔다. 그러나 투자자는 물론 감독당국ㆍ신용평가기관 등도 첨단금융상품의 위험과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하지 못한다. 이런 상태에서 금융거래는 자연히 투명성의 문제를 제기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도 규제완화에 따라 금융거래의 투명성이 훼손된 것이 원인이다. 미국의 금융시장이 발달했지만 규제완화ㆍ금융혁신 및 기술발달에 따른 첨단 금융상품의 출현은 리스크 관리를 어렵게 한다. 금융시장이 낙후된 신흥시장국뿐 아니라 첨단 금융산업을 자랑하는 선진국에서도 금융위기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투자은행들이 금융기관이 취급한 주택담보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해서 각종 파생상품을 대규모로 발행, 판매함으로써 발생했다. 주택담보대출 관련 파생상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게다가 연방준비은행은 장기간 저금리정책을 유지함으로써 과잉유동성을 공급했다. 금융위기의 여건은 마련됐다. 다수의 탐욕스러운 사람들이 불합리하게 많은 돈을 갖고 있으면 금융위기가 온다. 따라서 금융위기는 탐욕스러운 인간들이 자유를 남용하고 비합리적으로 행동할 때 “신이 내리는 응징”이다. 저명한 경제학자 디아스 알레한드로 교수는 “금융억압이 물러가자 금융붕괴가 온다”고 했다. 금융자유화ㆍ개방화에 따른 자유의 남용이 금융위기를 초래한다. 그렇다면 금융위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금융규제가 강화돼야 하지 않을까. 금융위기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재발방지를 위해서 위기 후에는 언제나 규제가 강화됐다.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도 금융규제 및 감독소홀 등 구조적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모기지 대출과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감독강화 및 금융시스템의 투명성 제고에 대한 요구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는 내년부터 자본시장통합법이 발효된다. 금융자유화의 일환이다. 금융시장의 규제가 완화될수록 투명성 제고를 위한 건전성 감독은 강화돼야 한다.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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