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복지재원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등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늘어나고 있는 노인들의 수요를 겨냥한 실버산업을 블루오션으로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인구 10명 중 1.4명이 65세 이상인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불과 17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선진국인 미국(73년)과 이탈리아(61년), 독일(40년), 일본(24년) 등과 비교하면 최소 1.4배에서 최대 4.2배가량 빠르다. 우리나라는 오는 2026년께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보다 앞서 지난 1970년대 고령사회로 접어든 선진국들은 이미 실버산업을 중요한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공을 들이고 있다. 독일의 경우 2008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실버산업 육성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원은 "독일 정부는 실버산업을 키우기 위해 1,22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등 노인요양 용품 같은 고령친화 제품 개발에 주력했다"며 "이들 제품이 시장에서 호응을 얻으며 독일에서 고령층은 가장 큰 소비계층으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이 같은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2030년이 되면 독일 전체 가구 중 60세 이상 가구의 소비 비중은 42%가량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령층의 경우 소득 중 소비로 지출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독일 노인들이 소득 중 소비로 지출하는 비중은 82.7%에 달한다. 이는 18~45세(75.1%)나 45~65세(73.7%) 등 다른 연령대보다 확연하게 높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22조원 정도였던 국내 실버산업 시장 규모는 2018년 84조원으로 팽창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경제력을 갖춘 노인들도 대거 등장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문제는 대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실버산업 비중은 5.4%로 일본(19.6%), 독일(12.3%) 등 선진국에 훨씬 못 미친다. 고령친화산업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도 우리나라는 250억원으로 독일(5,000억원)의 20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조 연구원은 "2030년께 고령 인구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하면 노인 대상 제품과 서비스가 많이 생겨날 것"이라면서 "노인들은 소비여력이 다른 연령대보다 크고 부를 축적한 이들도 많은 만큼 노인층을 복지 대상자가 아닌 소비자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임지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