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과학입국 다시 불 지피자] <3부> 과학강국 코리아의 조건 5. 삼성종합기술원

"기초·응용과학의 징검다리"…국내 산업·과기 발전 이끌어<br>바이오등 5대 신수종사업 5~10년후 상용화에 주력<br>전연구원 2.5% 구루 양성 세계 석학 초빙 공동연구<br>"글로벌 R&D센터로 도약"

삼성종합기술원은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의 연결 고리다. 삼성종기원 바이오 실험실에서 연구원들이 유전자를 분석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종합기술원



"호구(虎口)로 들어오셨네요." 경기도 기흥 반도체단지 안쪽에 위치한 삼성종합기술원(SAIT) 입구를 연구원들은 '호랑이 아가리'라고 부른다. 종기원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호랑이처럼 생긴 탓도 있지만 지난 1987년 삼성 창립자인 고 이병철 회장이 종기원을 설립할 때 풍수지리까지 챙기며 호랑이처럼 기술로 세계를 장악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종기원 1동 로비는 선대 회장의 손길이 구석구석 남아 있다. 벽돌 한장한장의 색까지 신경을 썼다는 선대 회장은 종기원 로비에 '과학기술은 무한탐구다. 영원한 기술혁신과 첨단기술 개발에 대한 도전이야말로 자원빈국인 우리나라가 살 길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삼성은 26일 바이오 제약 합작사 설립을 발표하며 반도체를 이어가는 다음 세대를 위한 신수종 사업의 첫 싹을 틔웠다. 바이오, 의료기기,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등 삼성의 5대 신수종 사업이 속도를 붙이며 삼성의 미래를 설계하는 종기원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대한민국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의 연결고리로 삼성의 미래를 넘어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의 한 축으로 재도약하고 있는 셈이다. ◇기초과학과 응용의 연결고리=종기원은 '삼성의 미래를 주도할 최첨단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한다. 김기남 종기원 사장은 "종기원은 과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원천기술을 확보한다"며 "과학에 근간을 둔 중장기 기초연구를 안정적으로 수행하면서 좁게는 삼성의 미래를, 넓게는 산업계의 기술 리더십을 확보해 우리나라 기초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기원의 연구는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의 연결고리다. 대학이나 국책연구소가 20~30년 뒤 미래를 내다보는 기초과학 연구를 한다면 종기원은 5~10년 뒤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한다. 종기원의 연구 결과물은 삼성전자 등 계열사 사업부의 연구개발(R&D)센터로 이전돼 3~5년 뒤 제품이 나올 수 있도록 구체화된다. 종기원의 대표적 연구 결과물인 4G 이동통신 기술은 2001년 개발을 시작해 2006년 결과물을 낳았고 컬러 신호처리 기술은 1993년 시작돼 단계적으로 사업부에 기술이 이전됐다. 세계 물리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그라핀의 대면적 합성기술은 산학연계의 결과물이다. 성균관대와 공동 개발한 이 기술은 실리콘을 대체할 수 있는 그라핀의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양자점(Quantum Dot) 디스플레이의 대면적화를 가능하게 하는 신개념 패터닝 방법을 개발했다. 종기원의 기술은 전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09년 내놓은 열전 발전신소재인 인듐셀레나이드(In4Se3-x)는 열과 전기의 상호변환 효율을 높인 신재생에너지 소재라는 평가를 받으며 열전발전 상용화 가능성을 앞당겼다. 종기원은 지난해 9월 글로벌 R&D센터로 도약하기 위해 연구단지를 '삼성리서치파크'로 선포하며 재도약을 선언했다. 기초과학 기반의 선단연구를 강화하는 한편 특화된 과제와 수행에 대한 평가와 보상제도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선단연구는 삼성의 기존 연구와 무관한 과학적 이론과 이분야 간의 융합연구를 바탕으로 리스크는 크지만 비즈니스 효과가 큰 분야에 집중된다. 삼성의 5개 신수종 사업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세계가 인정하는 R&D센터로 재도약=글로벌 R&D센터로 도약하기 위해 종기원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역시 인재개발.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술대가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신설된 '구루(Guruㆍ특정 분야의 최고권위자) 양성제도'에 따라 오는 2020년까지 전체 연구원의 2.5%를 구루로 만들 계획이다. 또 세계 최고수준의 석학을 초빙해 공동 연구를 추진하는 '펠로 초청제도'를 도입하는 등 종기원을 개방형 연구조직으로 바꾸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연구원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프로젝트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직무도전제도'를 운영하고 중장기 프로젝트를 주로 수행하는 연구개발 업무의 특성을 고려한 '3년 누적평가제도'를 도입하는 등 창조적 연구문화 구축을 위한 인사제도 정비도 진행된다. 연구 인프라 구축에도 적극적이다. 양자점, 나노 미세패턴형성기술 등 미래 신소재 발굴을 위한 실험동을 신축하고 초당 90조번의 시뮬레이션 연산능력을 가진 슈퍼컴퓨터 등 첨단장비를 완비해 연구소의 인프라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구축하는 데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이 보는 미래 과학기술은 융합=그렇다면 삼성이 유망하다고 보는 미래 기술은 무엇일까. 종기원과 김 사장에게 이 질문은 민감하다. 글로벌 삼성의 R&D를 총괄하는 그의 말 한마디가 가끔은 확대돼 시장에 지나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특정 분야를 꼬집기보다 융합을 강조한다. 그는 "미래에는 나노ㆍ바이오ㆍ정부ㆍ인지과학과 기술이 융합되는 시대가 될 것이며 우리에게 전례 없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주력인 정보기술(IT) 산업의 기반 아래 바이오ㆍ헬스, 에너지ㆍ환경, 나노기술 등이 유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태양전지는 물론 유기박막전지와 같은 차세대 솔라셀을, 전기자동차에서는 리튬이온 배터리, 파워모듈, 초경량 소재 등이 유망한 가운데 특히 소형 전기자동차의 주행거리를 160㎞에서 500㎞로 늘릴 수 있는 리튬에어 배터리를 주목하고 있다. 바이오ㆍ헬스에서는 체외진단ㆍ영상진단ㆍ바이오제약 등과 연결된 의료 등을 핵심 분야로 보고 있다. 나노기술에서는 나노형광체의 결합과 태양전지의 효율성 강화, RF 주파수를 이용한 의료용 나노로봇 등을 꼽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