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융투자 뉴 빅뱅] 토종 헤지펀드 나오려면

구조조정기업 투자 의무화 규정등<br>운용 규제 풀고 사후감독 강화를


시장상황과 무관하게 절대수익을 내는 헤지펀드가 쏟아지고 있다는 말에 국내 대형 증권사를 찾은 한 투자자. 하지만 그는 그곳에서 토종 헤지펀드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 수십 개의 헤지펀드가 국내에서 시판되지만 모두 해외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이기 때문이다. 토종 헤지펀드가 없는 것은 당국의 규제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이 펀드 투자 대상을 제한하고 차입(레버리지)이나 공매도(주가하락을 예상해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주가가 떨어지면 해당 주식을 다시 사 되돌려주는 투자방식)에 대한 장벽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투자 대상 제한 규정은 헤지펀드 설립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현재 헤지펀드와 유사한 적격투자자사모펀드의 경우 투자자산의 50% 이상을 재무구조개선기업에 의무적으로 투자하도록 돼 있다. 투자 대상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운용기법으로 다양한 금융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헤지펀드의 생리를 절대적으로 거스르는 요건이다. 노희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헤지펀드로 돈을 모아 절반 이상을 구조조정 기업에 투자할 경우 자금이 모이지도 않을 뿐더러 운용을 통해 수익이 날지도 확실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차입비율이 자산총액의 400% 이내로 설정돼 있는 점도 문제다.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차입한도 제한 없이 자기 자산의 몇 배가 되는 돈을 빌려 투자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지만 현재 국내 규정상 자산의 네 배까지만 차입이 가능해 운용 반경이 축소돼 있다는 지적이다. 노 선임연구위원은 "무엇보다 운용규제를 없애는 것이 시급하다"며 "운용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서 동시에 펀드 등록을 의무화하고 감독당국에 대한 사후보고 체계를 강화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투자회사들도 해외 헤지펀드와 경쟁을 벌일 만한 능력을 갖추려면 많은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고액자산가들이 주요 금융투자회사를 통해 해외 헤지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만큼 토종 헤지펀드가 나오더라도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치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헤지펀드 전체 과정을 총괄하는 프라임브로커(PBㆍPrime Broker)의 역량을 키우고 헤지펀드 운용역들의 투자전략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울러 공매도가 허용되더라도 주식대여 이자율이 현행 연 7%에 달할 경우 공매도를 활용한 헤지펀드가 활성화될 수 없는 만큼 업계 스스로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한 대형 증권사의 마케팅 담당 부장은 "이미 고액자산가들이 재간접 헤지펀드에 투자해왔기 때문에 토종 헤지펀드가 생겨도 시장 자금을 한번에 흡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국내 상품이 출시되면 결제 리스크(위험) 감소와 투자상담 등 접근성 강화, 운용의 투명성 확대 등 장점이 있는 만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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