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다시 타이틀을 향해

제8기 박카스배천원전 결승5번기제4국 2003년에 들어서자 최철한은 물 만난 고기처럼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국수전, 기성전, 박카스배천원전에서 선두 주자로 나서면서 그는 전반기를 승률1위로 주파했다. 29승5패로 승률이 8할 5푼을 넘어섰다. 그리고 그 기세는 연말까지 꺾일 줄 몰랐다. 2003년도 통산 성적은 65승12패로 승률과 다승에서 단연 선두. 연전연승을 거두는 사이에 몸은 어느덧 타이틀매치의 링 위에 올라가 있었다. 가장 먼저 다툰 타이틀매치는 박카스배천원전이었다. 5번기의 상대는 단짝친구인 원성진5단. 박영훈과 함께 송아지삼총사로 불리는 숙적이었다. 다승과 승률의 선두를 질주해온 최철한이었지만 원성진은 그에게 심히 거북한 적수였다. 상대전적도 1승5패로 부끄러운 기록. 11월 28일 천원전 제1국. 최철한은 이 바둑을 흑으로 1집반 패하고 그날밤 잠을 전혀 이루지 못한다. 압도적으로 유리했던 바둑을 역전패당했기 때문이었다. “그 무렵에 나는 상당한 자신감이 생겨 있었다. 누구와 붙어도 이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조훈현9단에게도 연전연승했고…. 그런데 동갑인 성진이에게 또 지다니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밤새도록 끙끙 앓으면서 자신에게 말했다. 독해져야 한다. 완벽하게 독해져야 한다고.” 12월 8일 제2국. 최철한의 백번. 상대인 원성진은 서반부터 힘으로 억누르는 전법으로 나왔다. 흔히 눈사태형이라고 불리는 큰밀어붙이기 정석을 들고나온 것이었다. 최철한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대항하려고 결심했다. 가장 난해하다는 코스로 주저없이 뛰어들었다. 그리고 원성진의 대마를 잡아버렸다. 계속해서 제3국까지 이겨 원성진은 먼저 막판으로 밀어붙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