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회차원 조문단' 논란에 박근혜 "정부와 입장 맞춰야" 쐐기

원혜영 민주통합당 대표 "국회가 반걸음 앞서가자"에 "남남갈등 생겨선 안돼" 반대<br>"MB와 차별화 위해 필요" 與내부선 '파견' 목소리도

박근혜(오른쪽)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원혜영 민주통합당 대표가 21일 한나라당 회의실에서 만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한 국회 차원의 조문단 파견에 대해 의견을 나눴지만 합의점을 찾지는 못했다. 원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원혜영 민주통합당 공동대표가 제안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한 국회 조문단 파견을 거절했다. 정부와 입장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인데 보수당의 대표로서 대북 문제에 원칙론을 지켜야 한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다만 한나라당 내 일부에서도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를 위해서라도 조문단을 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내부 반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과 원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한나라당 대표실에서 만나 조문 문제와 국회 정상화 등 현안을 논의했다. 두 사람이 지도부로 등장한 후 첫 접촉이었다. 두 사람은 "축하한다"며 서로 덕담을 건네며 시작했지만 이어 원 대표가 입을 떼자마자 박 비대위원장의 얼굴이 굳어지는 등 분위기는 엄숙했다. 원 대표는 공개발언에서 "정부가 정부 차원의 조문단은 파견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국회 차원에서는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조문단 구성에 대해 많은 의견을 나누고 싶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박 비대위원장은 "18대 사실상 마지막인데 최소한 민생 관련 법안과 예산은 여야가 원만하게 잘 해결함으로써 국민들이 좀 안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말만 아니라 실천하는 것"이라는 말을 답변으로 내놓았다. 이어진 비공개 면담에서 박 비대위원장은 "이런 문제가 정부의 방침과 다르게 가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면서 "(조문ㆍ조의 문제에 대해) 남남 갈등이나 국론 분열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본다. 야당의 협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자 원 대표가 지난 2002년 박 비대위원장이 북한 초청으로 김 위원장을 만난 사실을 거론하며 "국회가 정부보다 반걸음 정도 앞서가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재차 촉구했지만 그는 "정부가 북한 주민에게 위로를 표하고 조문 문제를 정리했으니 그 방향으로 가겠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박 비대위원장의 이 같은 입장은 김 위원장 사망이 알려진 19일 예고된 바 있다. 당시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몇몇 의원이 조문의 필요성을 제기했으나 박 비대위원장은 부정적이었다. 20일 정부가 이희호 여사 및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조문만을 허용했을 때도 한나라당은 이에 대한 긍정ㆍ부정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는 박 비대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예정한 중진의원 회의에서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게 한나라당의 설명이었다. 실제 이날 박 비대위원장은 원 대표와 회동하기 전 열린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의원 대부분이 천안함ㆍ연평도 상황이 바뀌지 않았는데 조문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중론을 들었다. 박 비대위원장은 늘 안보에 대해 생각한다고 말해왔다. 이에 더해 2007년 대선 때와 2009년 연평도 사태 때 박 비대위원장의 '안보 리더십'을 주목했던 보수진영이 이번 역시 이목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 비대위원장이 평소와 다른 태도를 보이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와는 달리 한나라당 내에서 조문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홍준표 전 대표는 20일 조문특사를 파견해 이를 남북경색을 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김무성 전 원내대표와 이경재 의원도 조문과 관련해 "과거와 같이 안보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면서 조문을 긍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문 불가를 고수하고 있는 박 비대위원장과 다른 입장을 밝힌 것이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박 비대위원장이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제안한 것"이라고 했고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도 "박 비대위원장이 먼저 한 발자국 더 치고 나가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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