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경제혁신3개년계획과 관련해 두 가지 버전의 대책안을 내놓았다. 지난 19일 기자단에 '요약본'으로 명명한 초안을 내놓았고 일주일 뒤인 25일 대통령 담화가 시작된 직후 '담화문 참고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초안과 참고자료의 내용이 달라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낭독한 담화문과 참고자료의 내용도 서로 다른 부분이 있어 혼선은 극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기획재정부와 각 부처의 업무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나왔다.
대표적 사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둘러싼 혼란이다. 3개년계획에 "DTI와 LTV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문구가 담기자 시장은 LTV와 DTI를 완화하겠다는 시그널로 해석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석이 쏟아지자 당혹스런 입장에 처한 금융위원회는 "구체적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발을 빼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 DTI 등은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다루는 것이지 경기부양이나 부동산시장 관리 측면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한 발 더 나가 26일 세종시에서 열린 임대시장 선진화 방안 기자간담회에서 "특정 방향성을 갖고 규제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금융안전성이라는 측면에서 큰 틀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별도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DTI와 LTV에 대한 합리적 개선 방안을 3년 내에 검토하겠다"고 말해 분명한 온도차이를 드러냈다. 국민 입장에서는 DTI·LTV를 내리겠다는 것인지, 그대로 두겠다는 것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는 발언이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살 계획인 실수요자는 정부의 입만 바라봐야 할 처지가 된 셈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기대감만 불어넣고 구체적 방향이 제시되지 않으면 시장의 혼란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인 '세븐럭'을 운영하는 공공기관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 대한 해프닝도 있었다. 당초 초안에는 GKL의 카지노 부문을 따로 떼어내 매각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고 이에 따라 GKL의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GKL의 주가가 급등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25일 해명자료를 통해 "민영화는 추진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문체부의 한 관계자는 "GKL과 관련해서는 사전에 전혀 통보 받은 바가 없었고 지금도 초안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협업과 소통을 강조한 정부의 3개년계획이 사실은 '일방통행'식으로 진행됐음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부처 간 힘싸움을 벌인 정황도 곳곳에서 포착된다. 국토교통부의 경우 재건축·분양시장 규제완화 등 핵심 규제 정비사항을 3개년계획이 아닌 자체 업무보고에 모조리 담아 미리 보고해 3개년계획의 김을 뺐다는 지적이 기재부 안팎에서 끊임없이 제기됐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 경제팀 내에서 박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있는 서승환 국토부 장관이 현 부총리보다 더 영향력이 강하다는 인식이 있어 양 부처의 힘겨루기가 심화된다는 분석이 있다"고 설명했다.
초안과 최종본 모두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그린벨트 해제 여부도 혼선을 불러일으켰다.
정부는 내부적으로 그린벨트를 일부 해제하거나 해제하지 않더라도 용도 조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그린벨트 면적은 3,868㎢에 달한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그린벨트에서 이미 해제된 지역을 준공업지역으로 변경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수습에 나섰으나 시장에서는 결국 추가 해제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큰 상황이다.
이 밖에 코스닥 분리를 둘러싼 논란도 '불통'이 빚은 촌극이다. 기재부는 애초 초안에서 코스닥시장을 분리하겠다고 밝혔으나 최종본에서는 이를 제외해 결론적으로 혼선이 발생했다. 정부 관계자는 "코스닥시장 운영의 독자성을 강화하자는 취지가 분리로 이해된 것으로 물리적 분리를 고려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 부총리는 이날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별도의 기자간담회를 열고 "혼선을 빚은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소통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