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경영혁신기업 탐방] <1> 디지털팩토리

수요자 눈높이 맞게 기술·마케팅도 다 바꿔<br>공급자 위주 영업전략 벗고 고객사 요구 맞게 시설배치<br>기업규모·컨설팅 기간따라 비용산정 가이드라인 구축

김수영(왼쪽) 디지털팩토리 대표와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경영자문단의 최동남 자문위원이 가상공장 시스템을 살펴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유진기자

한국경제의 '허리'인 중견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의지가 있어도 갖가지 시행착오를 겪느라 성장의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는 이런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 경험이 풍부한중소기업경영자문단을 운영하며 무료 컨설팅을 하고 있다. 현재 주요 기업 임원 및 CEO 출신 자문위원 131명이 참여하고 있고 지난 5월엔 변호사, 변리사 등 전문위원 18명도 새로 위촉해 중소기업들에게 성장 노하우와 전문 지식을 수혈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은 전경련 중기협력센터와 공동기획으로 5회에 걸쳐 자문단의 컨설팅을 받아경영혁신 성과를 거두고 있는 중소기업 사례를 소개한다. 이를 통해 중견기업으로 도약하고자 노력하는 중소기업에게 이정표를 제시하고자 한다.

지난 2일 찾은 서울 자양동 디지털팩토리. 이 곳은 호서대 벤처전문대학원 교수를 겸임하고 있는 김수영 대표가 그의 제자인 석ㆍ박사 연구원 10여명과 함께 가상공장 상용화를 위해 설립한 연구실 창업기업이다.

가상공장(디지털팩토리)은 생산시설의 배치, 근로자의 움직임 등을 산업공학측면에서 분석해 비효율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기업에 최적화된 환경과 작업방식을 제시하는 시스템이다. 지멘스, 다쏘시스템 등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업체 중 유일하게 디지털팩토리가 관련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추가적인 시설투자 없이 생산성을 30%이상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재가 들어오고 설비가 돌아가고 근로자가 일하고 출하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분석한 뒤 시뮬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생산 시나리오를 만든다"며 "현장에서 낭비 요인을 찾아내고 관리 시스템을 개선해 맞춤형 기업컨설팅을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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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지난해까지 매출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인력의 대부분이 연구원이다 보니 기술을 고객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고 구매를 이끌어내는 역량은 일반적인 기업보다도 부족했기 때문. 수요자인 중소기업들이 가상공장이라는 개념을 생소하게 여긴다는 사실도 디지털팩토리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7월 디지털팩토리를 첫 방문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경영자문단의 최동남 자문위원은 이런 점을 지적하고 마케팅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아직 연구실에 머물러있는 기업을 시장에 맞게 변화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우선 공급자위주, 기술 중심의 영업을 철저히 수요자의 니즈(needs)와 이익에 맞춰 개선하라고 조언했다. 매출이 70억원인 기업이 시스템 구축 후 4억원 정도 추가이익이 생겼다고 예상한다면 5,000만원은 충분히 지불할 의사가 생길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기업규모, 컨설팅 기간에 비례한 비용산정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그는 "공급자가 보기에 좋다고 표현하는 것보다 이걸 쓰는 고객들이 매력을 느끼고 다가오게 만들어야 한다"며 "디지털팩토리 시스템을 구축하면 얼마의 비용을 쓰고 얼마를 벌지 눈에 보이게 하라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디지털팩토리는 자동차부품 등 업황이 좋아 기술투자 여력이 있는 산업에 마케팅, 영업을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최 위원은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중견기업연합회 등 수요기업이 모여있는 단체와 제휴하고 중소기업자문단의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도록 도왔다.

경영자문 후 디지털팩토리는 4개에 불과했던 고객사가 15개로 늘어나며 시장에서 기반을 다지고 있다. 김 대표는 "국내 기업의 99%는 중소기업이지만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은 미국 대비 43%밖에 안 된다"며 "디지털팩토리를 통해 생산성을 높여 제조기업이 살아난다면 한국경제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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