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내수·수출회복 불구 美악재등 변수많아
미국과 중남미 경제가 흔들리고 있지만 우리 경제는 '괜찮아.'
26일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경제운용계획에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자신감이 배어 있다. 그래서 정부의 재정집행을 가급적 줄여나가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대외변수가 너무 급박하고 상황도 악화되고 있어 그에 대한 경계의 고삐도 늦추지 않고 있다. 그래서 '신중한 안정'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하반기 거시경제정책 기조를 기존의 틀을 유지하며 미세조정으로 가져가겠다고 밝힌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내수에 이어 수출과 투자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지난해 하반기 성적이 저조한 데 따른 기술적 반등효과를 감안할 때 과열될 우려도 있으나 아직은 경계심을 늦출 수 없다는 것이다.
▶ 우리는 균형성장으로 간다
정부는 현 추세대로라면 우리 경제가 7%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은 "지난해 하반기 성적이 나쁜 것을 감안할 경우 성장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지표상 좋아졌다고 해서 거시정책을 긴축으로 몰고 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회복세가 뚜렷해지고는 있으나 이는 지난해보다 좋아졌다는 뜻일 뿐 연간성장률이 9% 이상에 달했던 지난 2000년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정책기조를 급격하게 바꾸기보다는 경제흐름과 변화를 지켜보면서 부문별로 문제를 치유하는 방안을 택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재정집행의 속도조절이다. 정부는 연초 경기부양을 위해 올해 쓰기로 한 재정 중 절반 이상을 상반기에 집행하고 하반기에는 덜 쓰기로 했다.
그러나 상반기ㆍ하반기 중립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이 비율을 각각 절반씩 집행하기로 방향을 전환했다. 일부에서 나타나는 과열을 잠재우기 위해 필요할 경우에는 공공사업을 추진하다 남은 낙찰차액을 사용하지 않고 예산과 기금의 전용도 억제하겠다는 방침이다.
▶ 금리인상은 유보
금리정책도 안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경기 회복세가 지표상으로 나타난다고 해서 섣불리 건들일 경우 부작용만 클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정부는 통화신용정책은 한국은행이 경기, 물가, 금융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신축적으로 운영하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는 최근 크게 흔들이고 있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국채발행을 신축적으로 하고 시장금리를 안정시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환율은 외환시장의 수급상황 등에 따라 결정하도록 하되 환율이 급변동할 경우에는 적절한 수급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 구조조정 서두른다
하이닉스반도체 등 그동안 해결이 늦어진 현안 부실기업들의 처리도 정부가 신경쓰는 부분이다. 정부는 부실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조기에 마무리하기 위해 하이닉스반도체의 처리방향을 다음달 말까지 마련하고 남은 21개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대해서는 채권단의 구조조정 진행상황을 점검해가며 조속히 마무리하도록 할 계획이다.
새한ㆍ갑을ㆍ대우전자ㆍ동국무역 등 구조조정방안을 확정하지 못한 기업들은 오는 8월 말까지 구조조정방안을 확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기업구조조정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통합도산법과 집단소송제도의 조속한 입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박동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