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또다시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았다. 지난해 9월4일 대책 발표 후 벌써 여덟 차례다. 그만큼 부동산시장이 요동치고 있다는 증좌다. 이번 대책은 지금까지 나온 처방 가운데서 가장 고강도라고 볼 수 있다. 우선 투기 과열지구를 확대하고 이들 지구내의 재건축 아파트에 대해서는 80% 시공 후에만 분양을 허용키로 했다. 또 투기과열지구의 300세대 이상 주상복합 및 조합 아파트는 분양권 전매를 금지키로 했다. 사실상 `후 분양제`가 도입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투기수요가 어느 정도 차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정부대책이 수요 억제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앞으로 투기열풍을 얼마나 진정시킬 수 있을런지 하는 의문도 있다.
정부는 그 동안 부동산 과열을 불러 온 주범(主犯)이 재건축과 주상복합이라고 판단, 이번 대책의 주안점을 `후 분양제`와 분양권 전매 금지에 둔 것 같다. 일단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장기적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것은 400조원에 달하는 시중 부동자금이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인센티브)이 없다는 점에서다. 특히 은행금리가 지나치게 낮아 부동자금과 가계대출이 모두 부동산시장을 겨냥해 움직이고 있다. 부동산시장의 과열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금리를 인상, 자금의 선 순환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사실 정부가 부동산 안정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시장은 거꾸로 움직여 왔다. 대책이 오히려 시장을 부추기는 꼴이 돼 버린 것이다. 이번 대책이 걱정되는 것도 시장의 반응이 그리 긍정적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놓아둔 채 단기처방에만 치중함으로써 약발이 먹혀 들지 않을 것 같다는 지적들이다. 물론 정부로서도 정책을 선택하는데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얼어붙은 소비를 일깨우기 위해 금리를 인하 하면서까지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는데 결과적으로 부동산만 들끓게 만들었으니 그렇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아파트값이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는 것도 정부로서는 엄청난 부담이다.
요즘의 부동산시장은 완전 투기장화 돼 한탕주의가 만연하고 있다. 시중자금이 왜곡돼 움직이고 있는 것도 한탕주의 탓이다. 부동산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 이를 안정시키지 않고서는 경제를 바로 세울 수도 없다. 일본은 현재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자산 디플레로 십수년째 허덕이고 있다. 정부도 이제는 일본의 경험을 주목, 자산 디플레를 걱정해야 할 때다. 이 같은 관점에서 정부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1가구 1주택에 대한 비과세 혜택 폐지도 시장대책으로 본격적으로 검토해 볼만하다.
<한기석기자 hank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