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6월 23일] 멀고도 먼 평화·번영체 건설

6ㆍ25전쟁이 발발한 지 벌써 60주년이다. 개인사로 치면 환갑을 맞은 것인데 6ㆍ25에서 벌써 두 세대가 지난 셈이다. 이제 6ㆍ25는 우리 생애사의 일부분에서 역사의 한 장으로 넘어가려 하고 있다. 우리 인구의 대부분이 6ㆍ25전쟁을 겪지 않았거나 그들의 머릿속에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지 않다. 요즘 젊은 학생들에게 6ㆍ25 이야기를 하면 마치 조선시대의 먼 역사를 듣는 것처럼 낯설고 공허한 표정을 짓는다. 개인이든, 국가든 전쟁의 기억이 트라우마가 돼 언제까지나 분노와 회한을 자아내는 것도 문제지만 이렇게 짧은 기간에 망각의 강 너머로 흘려 보내버리는 것도 문제가 아닐까. 남한 내부 정치적 분단선 존재 과연 6ㆍ25는 이미 지나가버린 역사의 한 장면에 지나지 않는가. 지난 60년간 우리 한반도에서 이념적 대립과 갈등은 제대로 치유됐는가. 결코 그런 것 같지가 않다. 전쟁 발발 6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와 마찬가지의 갈등과 대립이 한반도와 우리 사회를 옥죄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0년 6ㆍ15 남북공동선언 이후 한동안 남북한 간 교류와 협력, 화해와 공존의 분위기가 유지되는 것 같더니만 지난번 천안함 사태가 보여주듯 최근 들어 남과 북은 가파르게 긴장과 대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한반도가 아직 공식적으로는 휴전 상태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모르긴 몰라도 북한 당국이 그들의 체제수호를 위해 핵개발을 통한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노선을 계속 고집한다면 남북 간 대결 국면은 당분간 더욱 심화될 것이고 한반도의 전쟁 위험은 더욱 고조될 것이다. 한반도의 이념적 대립과 갈등은 남북한 간의 분단선을 놓고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남한 내부에서도 보수세력과 진보세력 간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분단선이 존재한다. 민주화운동 이후 지난 20여년간 우리의 제도정치와 시민사회 부문은 바로 이 두 세력 간의 대립과 갈등으로 점철돼왔다. 지구상의 민주적 정치체제 치고 보수ㆍ진보세력 간의 대립이 없는 곳이 어디 있으랴마는 우리나라의 좌우 대립은 그 정도와 성격이 유별난 편이다. 우리 사회 내 대부분의 주요 현안을 놓고 두 진영은 사사건건 서로 대립해왔다. 대북정책이나 통일정책을 둘러싸고도 좌파와 우파 진영 간에는 극단적으로 서로 다른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사안에 따라서는 서로 대화와 타협으로 공통분모를 도출해낼 수도 있으련만, 또 그렇게 하는 게 바로 민주주의의 요체이지만 우리 사회의 이념적 대립은 지나치게 이분법적이고 지나치게 대결적이다. 이러한 좌우 진영 간의 이념적, 정치적 분단선 말고도 우리 사회에는 계층 간, 지역 간, 세대 간, 이익집단 간의 수많은 분단선이 존재한다. 최근에는 많은 외국인 이주민이 들어오면서 서로 다른 인종, 민족집단 간 분단선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경제적ㆍ문화적 분단선은 그 자체로서도 너무나 강고하지만 여기에 보수와 진보 간의 이념적 대결구도가 중첩되면 이들 서로 다른 진영과 집단 간의 대립과 갈등은 도저히 화해할 수 없을 정도로 첨예화되고 극단적이 된다. 대화·타협으로 공통분모 도출을 우리 사회 내부의 이러한 갈등구조가 어느 정도나마 개선되지 않고서는 남북 간 대결국면을 평화적 공존구도로 전환하고 궁극적으로 통일로 향하는 길은 참으로 지난한 길이 될 것이다. 그리고 통일도 문제지만 통일 이후의 사회통합과 사회공동체의 건설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통일은 이제 우리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데 오히려 한반도 내에 단일의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를 건설하는 길은 멀고 험난하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하지 않는가. 이것도 어쩌면 남북통일의 새 아침이 밝아오기 전 첫새벽의 차가운 새벽바람일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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