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실물경제에도 냉기류가 형성됐다. 미국의 경기후퇴로 기업들의 실적은 급속히 악화되고 있고,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들은 황급히 지갑을 닫고 있다. 여기에다 경영난에 처한 글로벌 기업들의 감원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어, 중국 실물경제의 냉각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9일 현지언론들은 상하이증시와 선전증시의 1,600여개 상장기업의 올해 3ㆍ4분기 실적 발표 마감이 이달 말로 예정된 가운데 이익을 남긴 기업의 비율이 가까스로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중국 wind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6일 현재 중국의 상장기업 611곳이 3ㆍ4분기 실적보고를 마쳤으며, 이 중 241곳이 적자를 기록하고 46곳이 실적을 확정 지을 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이 기간 이익을 남긴 상장기업은 324곳으로 전체의 53.03%를 차지해 70%를 상회했던 지난 상반기에 비해 기업들의 수익상황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섬유ㆍ완구 등 노동집약형산업으로 시작된 실적둔화가 전자산업 등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중국 가전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중국의 가전산업 총생산액은 4,083억위안으로 지난해에 비해 19.3% 늘어났으나 성장률은 전년도 동기대비 10%포인트 하락했으며, 판매액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포인트 낮아졌다. 훠셔팡 가전협회 이사장은 "올해 중국 가전산업은 세계경제의 악화와 환율 변화 등으로 인해, 생산, 판매, 수출 성장률 모두 대폭 하락했다"면서 "국가 관련 부처는 보조정책을 통해 가전산업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부문에서도 한랭전선이 형성됐다. 글로벌시장 조사기관인 AC닐슨이 최근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3개 도시에 대한 소비현황을 조사한 결과 소비자들의 75%는 오락 지출을 줄이고 있으며, 68%의 소비자들은 외식횟수를 줄였다고 응답했다. 또한 의류와 전자상품 구매를 줄일 것이라는 응답은 각각 43%와 53%로 나타났다. 여기에 글로벌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감원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베이징상보는 대만현지 언론을 인용, 세계최대의 전자제품 주문생산업체인 대만의 훙하이(鴻海)그룹이 대규모 감원을 단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만의 최고 갑부인 궈타이밍(郭台銘) 훙하이그룹 회장이 한 대만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경제가 악화될 경우 훙하이그룹이 올해 연말 이전에 전체직원의 10~15%를 감원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50만명에 달하는 중국내 훙하이그룹의 직원 가운데 10~15%에 해당하는 5만~7만명의 감원이 예상된다고 베이징상보는 전했다. 훙하이그룹측은 "궈 회장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한 적이 없다"고 즉각 부인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경제의 후퇴로 훙하이그룹의 이익이 7년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선데다, 중국의 비용상승이 가속화하고 있어 궈 회장의 발언은 현실을 바탕으로 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훙하이그룹은 지난달 베트남에 대해 50억달러를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등 최근 '탈(脫)중국'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베트남 투자가 완료되면 30만명의 신규고용이 창출돼 훙하이의 핵심생산기지는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겨지게 된다. 이 밖에 이베이(eBay) 역시 최근 글로벌 차원에서 전직원의 10%에 대한 감원을 단행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중국내 이베이 직원들의 인력축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