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디폴트 우려 여전 … 동유럽국 화폐가치 급락 위기 전이 조짐

친러세력 무력행사 … 크림반도 전운 짙어져

자본유출 지속 땐 3월내 붕괴할수도

IMF 고강도 개혁 내걸고 조기 지원이 희망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경계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단 우크라이나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지만 디폴트(채무불이행)를 피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가 크림반도 인근에서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친(親)러시아 세력이 장악한 크림자치공화국이 오는 5월 자주권 확대에 관한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해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 간 대립이 첨예화되는 양상이다. 이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러시아와 동유럽 국가들의 화폐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위기전염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과도내각이 취임 첫날인 27일(이하 현지시간) IMF에 15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공식 요청함에 따라 IMF는 다음주 실사단을 파견해 재정상태 분석 및 필요자금 규모 등을 심사할 예정이다.


소비에트연합 붕괴 이후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우크라이나에 수차례 차관을 제공한 경험이 있는 IMF는 과거에 요구했던 개혁조치들이 번번이 실패했다는 점을 들어 이번에는 더욱 강경한 경제개혁을 조건으로 달 것임을 시사했다. 로이터통신은 △대규모 재정적자 감축 △에너지 보조금의 단계적 축소 및 폐지 △금융 섹터 강화 등이 개혁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핵심은 오는 5월25일 임시대선을 통해 등장할 새 정부가 과거보다 훨씬 엄격한 경제개혁 조치를 단행할 의지를 가졌느냐다. IMF와 함께 구제금융 의사를 밝힌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서는 5월 선거를 통해 등장할 새 정치권력을 확인한 후 자금집행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반면 전문가들은 러시아로부터의 지원도 중단된 상태여서 우크라이나가 3개월을 버틸 여력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국제금융연합회(IIF)는 보고서를 내 "우크라이나의 디폴트 회피를 위해서는 올해만도 최소 200억달러 이상이 필요하며 현재의 자본유출이 지속될 경우 당장 이달 내에 붕괴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로이터는 "우크라이나는 IMF가 내건 조건들은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 외에 선택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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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IMF 대변인은 "새 지도부(과도내각)에 광범위한 개혁조치를 수행할 뚜렷한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관련조치가 빠르게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EU의 한 관계자는 "급박한 필요에 대해서는 즉각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크림반도를 둘러싼 군사충돌 가능성은 더욱 급박한 문제다. 최근의 정국혼란을 틈타 친러 세력이 무력행동에 돌입해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의 정부청사와 의회건물을 장악한 데 이어 28일에는 심페로폴공항을 점거했다고 AP통신 등이 일제히 보도했다. 특히 과거 이 지역을 다스렸던 러시아가 이 같은 혼란을 틈타 전투기를 출격시키는 등 무력과시에 나서면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일단 러시아는 이미 계획돼 있던 통상적 군사행동이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러시아의 군사훈련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착오로 이어지거나 오해를 살 만한 조치는 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나서는 등 서방권과 러시아의 대립이 나타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한 전문가는 "러시아는 세계무대에서 초강대국이 되고 싶어하는데 우크라이나가 없으면 유라시아 대국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라며 "지금 상황은 러시아가 조지아(그루지야)와 5일간 전쟁을 벌였던 2008년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친러 세력이 장악한 의회는 크림공화국의 자주권 확대에 관한 찬성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5월 실시하기로 결의하는 등 크림반도의 분리주의 움직임도 강화되고 있다. 이에 대한 우크라이나 정부 등의 제재가 가속될 경우 러시아가 이 지역에 거주 중인 자국 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군사개입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지난해 11월 촉발된 우크라이나 사태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국가 중 경제 펀더멘털이 취약한 곳을 중심으로 위기가 전염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우선 러시아의 경우 지난해 3·4분기 현재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82%로 1998년 3·4분기 이후 최저 수준이며 경제성장률도 1~2%대에 머물고 있다. 또 터키는 지난해 3·4분기 현재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GDP 대비 7.24%에 달했으며 최근 설상가상으로 초대형 부동산 스캔들에 총리 자신까지 얽힌 것으로 추정돼 정정불안이 겹친 실정이다. 이외에 폴란드·헝가리 등은 비교적 견조한 성장세와 경상수지를 나타내고 있지만 한 국가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인접국도 영향을 받는다는 국제금융계의 특성상 위험권에 있다는 분석이다.

제프리인터내셔널의 리처드 시걸 스트래지스트는 "환율과 채권 시장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러시아와 폴란드 주변국으로 전이되고 있음이 확인된다"며 "우크라이나가 실제로 붕괴한다면 러시아의 개입의지는 더 강해질 수 있고 시장은 더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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