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의욕 꺾인 정통부 공무원들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 기상청 등을 맡고 있는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의 활약은 눈부시다. 기술정책을 다루는 특성 때문인지 여ㆍ야 의원 모두 정치색을 배제한 채 문제에 접근한다는 평가를 듣고 있고 곁에서 지켜봐도 전문지식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에 놀랄 정도다. 그래서 “실력이 곧 행정부를 능가할 것 같다”는 국회 사무처 직원의 평가가 빈말같이 들리지 않는다. 일부 부처 장관들이 본질을 피해나가려고 할 때마다 이해봉 위원장이 “옛날 식으로 답하지 말라”고 닦아세우는 데서도 소속 위원들에 대한 자신감이 배어난다. 그런 과기정위가 구설수에 올랐다. 30일로 예정된 정통부 산하 제주체신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놓고 “국감을 핑계로 제주도로 바람 쐬러 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30일은 마침 금요일이다. 오해 받기 쉬운 상황이다. 더욱이 제주체신청 전직원이 20명 안팎인 데 반해 국회 감사진은 국회의원 20명에 보좌관과 국회 사무처 직원들을 포함해 총 50명에 달한다.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정통부 모 과장은 부족한 정부예산에 대기업 협찬금을 더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인이 한자리에 모이는 축제를 준비하는 ‘의욕’을 보였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의견취합 과정에서 취소된 행사지만 류근찬 의원이 지난 23일 정통부 국감에서 이를 공개한 후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즉시 공개 사과했다. 진 장관이 후속조치로 담당과장과 국장을 힐책했다는 얘기가 돌면서 정통부 내부는 착 가라앉은 분위기다. 한 사무관은 ‘시키는 일만 하자’는 공무원 복무수칙 같은 걸 가슴에 새겼다고 했다. 지금 공무원사회는 “일 안해도 월급 나오고 정년 보장되는데 괜히 일을 벌려 욕먹지 말자”는 보신주의가 위험수위를 넘었다. 실수는 누구나 하고 특히 일을 만들어서 하는 사람과 조직일수록 주변으로부터 반발과 비판을 초래하기 쉽다. 그렇게 열심인 과정위가 제주체신청 국감을 놓고 ‘놀러 간다’며 손가락질 받는다면 어떨까. 열심히 일한 자가 떠나야 되는 것은 휴가지 ‘좌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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