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신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취임이 앨런 그린스펀 전(前)의장과 달리 과감한 금리조정과 부시 행정부를 옹호하는 입장으로 국내에 만만찮은 여파를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KERI)은 21일 ‘KERI 경제전망과 정책과제’라는 보고서에서 “버냉키 의장은 금리조정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이 내려지면 더 과감하게 정책조정을 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한국의 투자자금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고서에서는 특히 “학자 출신인 버냉키 의장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우선시할 것이며 그린스펀 전 의장과 달리 정치적인 고려나 금융시장의 단기적인 반응에 크게 구애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이 같은 성향과 미국 실물경제 성장세를 고려할 때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은 종전의 일반적인 예상인 한두 차례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보고서에서는 이어 “미국 금리인상은 일본의 제로금리 포기정책과 맞물려 해외 투자자금 이탈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여기에 국내 금리 인상으로 대처할 경우 실물경기 위축과 주가에 대한 부정적 영향으로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밖에도 보고서에서는 “버냉키 의장은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대외정책면에서는 행정부의 입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옹호할 것”이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도 국내 서비스 및 금융 분야에 대한 미국의 개방요구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