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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 등장하는 음식들을 직접 만들고, 음악을 들으면 어떨까. 소설을 영화나 연극이 아닌 판소리로 만들면 재미있지 않을까. 이런 상상들이 모두 현실에서 이뤄진다.
19일 출판업계 등에 따르면 오는 20일 오후 8시 중구 정동세실극장에서 '북앤쿡 퍼포먼스 맏물 이야기'행사가 열린다.
일본의 대표적인 추리소설 작가로 국내에서 상당한 팬층을 갖고 있는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맏물 이야기'에 수록돼 있는 여러 이야기들 중 '천냥짜리 가다랑어' 부분을 중심으로 낭독 공연을 하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이벤트다. '맏물 이야기'는 마을의 치안을 담당하는 '오캇피키'인 주인공 모시치가 두 명의 부하와 함께 각종 사건들을 해결하는 내용을 담은 추리소설이다. 맏물이란 과일, 곡식, 해산물 중에서 그해 들어 제일 먼저 거두어들인 것을 의미한다. 책의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다양한 음식들이 글의 소재로 등장한다.
이 중 소설 속에서 모시치가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얻는 가장 중요한 장소로 언급되는 유부초밥 가게의 주요 메뉴인 유부초밥, 순뭇국, 뱅어어묵, 가다랑어회를 김은아 푸드스타일리스트가 재현한다. '맏물 이야기'를 출간한 북스피어스의 김홍민 대표는 "행사에 참여하는 이들은 소설 속 음식을 직접 맛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소설에 등장하는 음악을 듣는 행사도 진행된다. 공연기획사인 크레디아인터내셔널은 오는 5월 3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하루키 뮤직룸' 공연을 진행한다. 공연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속 음악을 들려주고, 하루키의 소설과 음악, 하루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꾸며진다. '1Q84'에 등장하는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 나오는 '리스트의 순례의 해'뿐 아니라 존 콜트레인 'My Favorite Things', 빌 에반스의 'Waltz for Debby' 등 하루키 소설 속 재즈 곡들도 연주된다.
이밖에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로 잘 알려진 주요섭 작가의 단편 소설 '추물'과 '살인'을 각색한 판소리 공연 '판소리 단편선 주요섭 추물-살인'이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진행됐다. 기이하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굴곡진 삶을 살아가는 언년이의 이야기를 담은 '추물'은 소리꾼 김소진씨가, 가난 때문에 남자에게 팔려가 평생을 창부로 살았던 여자 이야기를 담은 '살인'은 이승희씨가 맡았다. 이처럼 텍스트인 책과 다른 분야가 융합되는 현상에 대해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책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직접 책을 말하기보다 다른 예술 장르나 미디어를 통해 주목받게 하는 것은 바람직할 뿐 아니라 활성화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