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내경제/통화 공급경로 왜곡 심화

◎M₂증가율 석달째 하락… 자금시장 “동맥경화”7월중 MCT 증가율은 6월의 15.3%에서 15.1%로 낮아져 2개월 연속 하락했고 M2 증가율도 18.2%에서 17.9%로 낮아져 5월이후 3개월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통화당국에 따르면 통화증가율이 이처럼 계속 하락하는 것은 실물경제의 회복세가 완만해 기업의 자금 수요가 크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통화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은 기업들의 자금수요감소 때문이 아니라 기업들이 자금이 필요해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돈이 돌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통화공급 경로의 왜곡 현상은 금융권에서 기업으로 흘러가는 경로뿐만 아니라 금융권내에서도 부실은행과 종금사로의 경로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시중자금은 은행대출로 기업에 나가거나 은행과 투신사의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매입과정을 통해 제2금융권을 거쳐 기업으로 흘러가는 것이 통상적이다. 기업은 이렇게 대출된 돈을 운용하다가 일시 여유가 생기면 남는 돈을 제2금융권에 다시 예금한다. 그러나 한보, 삼미, 기아 등 올들어 한달에 한번꼴로 대기업이 쓰러지면서 은행권의 기업대출 규모가 크게 축소되고 있다. 은행신탁과 투신사 등의 CP매입을 통해 기업으로 흘러가는 자금 규모도 바닥이 보일 정도나 실제 종금사의 CP매출 규모는 8월들어 보름동안에 5천8백억원이 줄었다. 이에따라 종금사도 초우량 기업이 아니면 CP할인을 꺼리고 있다. 기업으로 흘러나간 돈도 제2금융권으로 제대로 환류되지 않고 있다. 종금에서만 1조7백억원이 감소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종금사는 부족자금을 마련키 위해 자금회수에 나서고 있으며 이는 다시 기업들의 부도 가능성을 높게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기관간 자금흐름의 왜곡도 심화되고 있다. 은행권에서 종금사로 흘러가는 자금흐름이 왜곡되고 있다. 통상 은행권의 여유자금은 콜시장을 통해 종금사로 흘러가지만 최근들어 절대량이 줄어들고 있다. 은행신탁은 기아사태이후 종금사에 대한 콜공급을 절반 이하인 3천억원대로 줄였다. 한국은행이 환매채(RP) 지원으로 시중에 돈을 아무리 풀어도 은행권에서만 맴돌 뿐 종금사로 가지 않고 있다. 은행권의 돈이 종금사로 직접 가지 못하고 기업을 거쳐 우회해 들어가는 다단계 자금흐름이 생겨나고 있다. 이는 자금회전 속도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단계를 거칠 때마다 돈에 추가 금리가 붙어 최종 자금수요자인 기업의 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림에 의하면 통화 공급경로에 왜곡 현상이 발생하여 총통화 공급이 감소하면 할수록 기업의 어음 부도율은 증가하고 있으며 또한 총통화 증가율이 감소할수록 금융중개비용인 금리도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므로 최근 기아사태 이후 자금흐름에 대한 왜곡된 자금공급경로 때문에 신용창조 기능이 저하되고 이로 인해 통화 유통속도가 크게 저하되고 있는 실정이다. 올 추석 자금수요는 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왜곡된 자금경로 때문에 돈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들에게 자금이 공급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로 인해 자금시장 지표들도 크게 개선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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