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결국 주택담보대출 총량 규제라는 ‘극약 처방’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주택 가격 급등의 주요인을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의 무차별적인 주택담보대출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2일 노무현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가 금융의 ‘책임 해이’로부터 발생한 것이 아닌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한 점을 감안할 때 주택담보대출 규제 수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3일 “이번 부동산안정대책의 핵심은 대출 규제 강화이며, 특히 주택담보대출 총량 규제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택담보대출 총량 규제란, 예를 들어 매달 주택담보대출 증가분을 1조원 이내 등으로 제한하고 은행별로 대출 증가분을 할당한 다음 점검을 실시하는 것을 말한다. 6월 금융감독 당국이 창구지도 형식으로 총량을 규제, 일시적인 효과를 거뒀지만 ‘관치금융’이라는 비난여론에 밀려 지속적인 감독이 이뤄지지 않아 흐지부지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부가 금융권에 대한 규제 강도를 확실히 높이기로 한 만큼 단순한 창구지도가 아닌 위반시 제재 규정 등 세부적인 대책까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이와 함께 기존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현재 LTV와 DTI가 투기지역의 6억원 초과 아파트를 대상으로 하면서 투기지역 6억원 미만 아파트나 비투기지역 아파트 폭등 현상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 당국은 이에 따라 소득수준에 맞춰 대출액을 제한하는 총부채상환비율 적용 대상을 현행 ‘투기지역 내 6억원 초과 아파트’에서 ‘3억원 초과 아파트’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저축은행과 신협ㆍ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의 투기지역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을 은행권 수준인 40%로 하향 조정하는 등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신협ㆍ새마을금고 등 신용협동기구의 가계대출 잔액은 2002년 말 45조7,000억원에서 올 상반기 80조5,000억원으로 무려 76%나 폭증했다. 상호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역시 이 기간 6조9,000억원에서 7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중소 금융기관의 자금공급도 줄여야 금융규제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총량규제 같은 정부의 강성 정책이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민간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총량규제가 시행된다면 이는 굉장히 무리한 정책”이라며 “정부가 금융 시스템 전체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은행의 대출 포트폴리오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총량규제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은행 자율경영을 훼손하고 특히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하는 것이지 대출 경쟁 때문에 주택 구입 수요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