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건협 50주년/해외건설 현황

◎해외건설 어제와 오늘/중동붐 절정… 이젠 중·동구·남미까지/82년 한해만 136억달러 수주 “기록”/동아 ‘리비아 대수로’ 건설역사에 큰 획지난 65년 현대건설은 태국이 발주한 96㎞의 도로공사를 따냈다. 같은 해 경남기업은 역시 태국에서 중앙방송국탑공사를 시작했다. 어느 업체가 해외진출 1호일까. 아직까지도 두 건설업체는 서로 자기가 먼저 라고 주장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자료에 따르면 현대는 11월25일 계약을 하고 이듬해 착공했다. 경남은 11월15일 착공을 먼저 하고 이듬해 계약을 맺었다. 따라서 계약일로는 현대가, 착공일로는 경남이 앞선다. 어쨌든 우리나라의 해외건설역사는 65년부터 시작된다. 이후 알래스카, 도미니카등으로 진출시장을 다변화했으며 베트남전 참전을 계기로 군공사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해외건설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은 중동진출 이후다. 진출 첫해인 73년에는 제4차 중동전이 발발했고 이 때문에 제1차 석유파동이 일면서 국내에서는 외화확보가 절실한 과제로 떠올랐다. 중동전 이후 산유국들의 개발정책과 우리의 외화확보 필요성이 맞물리면서 해외건설은 급속히 발전해간다. 당초 중동시장에서의 수주실적은 다른 해외시장에 비해 큰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바레인 조선소공사등 대형 단일공사를 수주하면서 급성장했다. 정부도 해외건설업을 전략사업으로 인식해 해외건설촉진법을 제정하고 조세감면정책을 쓰는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 중동진출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국내업체간 과당경쟁이 발생하자 진출지역 제한제도, 자율조정제도 등을 마련하기도 했다. 76년에는 해외건설업자의 권익보호와 해외건설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해 해외건설협회를 새로 설립하는등 해외건설 지원체제는 더욱 강화됐다. 이때의 해외건설공사 수주액을 보면 진출 첫해인 65년 5백40만5천달러에서 75년에는 1억달러를 넘어섰으며 76년에는 중동시장의 본격진출로 25억달러를 기록하면서 황금기를 맞기 시작한다. 특히 79년 이란혁명으로 석유가격이 대폭 인상되면서 중동산유국들은 막대한 오일달러를 갖게 됐고 이로 인한 중동특수에 힘입어 80년부터는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위의 건설수출국으로 부상하기에 이른다. 81∼83년동안 매년 1백억달러 이상의 수주고를 올렸으며 진출시장도 세계전역으로 다양화하며 황금기를 맞이했다. 이 기간중 우리나라는 제2차 석유파동의 여파로 국제수지적자 누적과 국내경기침체 등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는데 해외건설은 이를 극복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외건설수출도 중동지역의 건설경기가 위축되고 개도국들의 교역조건이 악화하면서 82년부터 침체하기 시작했다. 해외건설수주액은 정점을 보인 81년의 1백36억달러에서 하강을 계속, 84년에는 65억달러로 줄었으며 88년에는 16억달러로 최저점을 기록했다. 불황이 지속되자 정부는 해외건설진흥종합대책수립과 해외건설산업 합리화조치 등을 내놓았다. 해외건설업계에서도 감량경영, 수익성 위주의 선별수주, 기술개발과 EC(Engineering Construction)화의 추진, 수주공종의 다양화, 진출지역 다양화 등으로 불황에 대비했다. 90년도는 우리의 해외건설역사에 한 획을 그은 해다. 동아건설은 단일공사로는 최대 규모인 리비아 대수로 2단계 공사를 67억달러에 수주하여 해외건설의 경기회복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지난해에는 52억달러 규모의 3단계 공사를동아가 시공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계약의향서를 교환하기도 했다. 이후 우리나라는 과거 중동지역에 지나치게 편중된 수주구조에서 벗어나 동남아 태평양지역 및 중남미지역으로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건설산업의 미래/해저·지하도시·인공섬 등 신분야 개척 ‘눈앞’ 해저·지하도시, 인공섬, 우주시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미래의 건설산업이 우리 앞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도전의식이 건설업을 성장시켜 온 것처럼 이제는 꿈으로만 여겨져온 신개척 분야에 건설산업이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은 앞다퉈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위한 연구개발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인공섬 개발은 일본에서 이미 선을 보였으며 우주·지하주거공간 개발도 21세기초 실현 가능성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다이세이(대성)건설은 무중력의 특성을 살린 신소재와 반도체 등의 재료를 생산하는 우주공장을 대기권 밖의 공중에 설치하는 「골든버드」프로젝트를 2010년 목표로 수행중이다. 또다른 일본의 건설업체는 높이 2천m, 지상 500층짜리 메머드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이 대규모 지하공간 개발사업인 지오니스 시티(GEONESS CITY)사업과 한·일 수중투명터널건설, 해양 인공섬건설 등을 연구중이다. 이처럼 육상에선 첨단기능을 갖춘 초고층빌딩이, 공중에선 멀리 우주개발, 바다와 땅밑으로는 인공섬이나 대규모 지하주거공간개발 등이 펼쳐지는 등 육해공을 통틀어 건설산업의 손길이 안미치는 곳이 없을 정도로 건설업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미래의 건설산업은 장비나 인력을 투입해 이용 목적물을 생산해 내는 것에서 한걸음 나아가 쾌적성과 다기능, 정보화가 수반되는 게 특징이다. 국토개발연구원 김재영박사는 『미래의 도로는 도로 밑부분에 감지기나 열전도장치 등 첨단장치 등을 갖춰 통행관리나 동절기의 열전도관리 등이 자동적으로 이뤄지도록 건설될 것』이라고 말한다. 주택도 각종 전기·전자·컴퓨터 기능을 더한 인공지능이 부여된 공업화 주택이 보편화된다. 도시개발방식은 지금과 같은 구획방식에서 탈피, 주민환경을 충분히 고려한 종합개발의 패키지 방식으로 전환될 것이다. 이에 따라 관련산업에 대한 파급효과도 시멘트·철강 등 천연자원 위주에서 반도체 웨이퍼제조, 플라스틱, 전자산업, 장치산업 등 전 산업분야로 확대될 전망이다. 또 일본에서 건설부문에 건설용 로봇을 응용하고 있는 것처럼 무인화가 커다란 주류를 이루게 된다. 장비와 인력을 현장에 투입해 공사를 진척시키는데서 벗어나 이미 공장에서 규격에 맞게 완성된 재료를 가져와 현장에서 조립하는 체제로 바뀌게 된다. 경쟁요소 또한 지금과는 판이하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는 품질 말고도 기술·서비스 등이 주요 경쟁요소로 각광받을 것이며 시공보다도 구상·조사·감리·유지관리 등 소프트형 기술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건설업계도 소프트웨어 부문의 개발에 주력하는 한편 단순 시공 위주에서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각 기업이 프로젝트 발굴·기획 단계에서부터 설계·시공·하청·감리·유지보수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를 종합관리하는 선진경영기법인 CM을 도입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건설시장구조는 대기업·중소기업·전문건설업 등 여러 형태로 기능이 분산될 것이다. 지금까지 건설산업은 다른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보조적인 역할만 담당했으나 미래에는 단순한 개발의 차원을 넘어 산업계를 리드하는 중심산업으로 발전할 것이다. ◎국민경제에 기여/생산·고용부가가치 등 유발효과 막대/작년 GDP의 14.5%… 성장 견인차 건설산업은 우리 경제개발의 맥박을 뛰게한 동력이다. 한국전쟁의 폐허 위에 새로운 나라를 세운 것이 건설산업이요, 굶주린 국민에게 일자리와 잠자리를 준 것도 건설업이다. 물론 다리가 무너지고 백화점이 주저앉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이 건설업에 배신감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건설업은 갖은 오명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를 이만큼 끌어올린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우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단 한순간도 건설의 혜택에서 벗어날 수 없다. 30평 남짓한 단독주택을 지을때 70일이 걸리며 자재는 콘크리트 목재 전기시설 등 40여종이 필요하다. 하루 3∼4명씩 연200여명의 인력과 포크레인 덤프트럭 등 3∼4종류의 중장비가 투입돼야 한다. 집 한채 짓는데 이만큼 많은 자재와 인력이 동원되는 것을 감안하면 건설산업은 생산 고용 부가가치 등 모든 면에서 유발효과가 다른 산업과 비교할 수 없이 크다. 국민경제의 핵심 산업인 것이다. 건설생산액이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80년 3조600억원으로 GDP 38조1천484억원의 8%였으나 90년 20조7천366억원으로 11.5%, 96년 56조5천816억원으로 14.5%를 점하며 꾸준히 늘어났다. 다른 산업에 미친 파급효과도 어느 분야 못지않게 크다. 90년 건설산업의 국내산출액은 43조7천222억원이었으나 타산업에 미친 파급효과는 84조7천386억원으로 전산업 총생산액의 20.3%에 이르렀다. 한편 해외건설은 외화획득의 창구로써 국제수지개선은 물론 소득증대, 고용창출 등에서 국민경제에 효자노릇을 해왔다. 한동안 침체기를 맞기도 했으나 90년대 들어 리비아 대수로공사 등 대형공사를 잇따라 수주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처럼 국민경제 성장의 버팀목으로 성장해온 건설산업은 이제 새로운 세기를 열 견인산업으로 국민에게 새로이 다가오고 있다.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레저생활의 기반을 마련할 SOC확충, 썩은 물과 뿌연 하늘을 맑게할 환경산업, 인간과 함께 호흡하는 인텔리전트빌딩 건립, 새로운 주택문화 제공 등은 모두 건설산업이 지고나갈 몫이다. ◎건설인 그들은 누구/중동 불모지 개척 앞장 경제발전 주역/3만여 업체·국내외 5백만명 ‘구슬땀’ 건설인들에 대한 사회의 평가는 두가지로 엇갈린다. 경제 발전의 주역이라는 것과 대형사고의 주범이라는 상반된 평가가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인들이 우리 경제에 미친 영향은 절대적이다. 현재 국내외 건설현장에서는 모두 5백만명에 이르는 건설인이 활동하고 있으며 업체수도 3만여개에 이른다. 경제활동인구 중 건설업 종사자의 비율도 9%에 달하며 국내 총생산의 14.3%를 건설업이 차지하고 있다. 우리 건설인들은 기초산업시설이 전무한 상황에서 산업발전을 틀을 만들어 놓았다. 70년대에서 오늘에 이르는 고도성장의 뒤안에는 건설인의 땀이 스며 있다. 세계인들이 「코리아」를 알지 못할 때 중동에서, 아프리카에서 세계로 향한 한국인의 지평을 연 것도 건설인들이었다. 50년대초 우리 건설업체 수는 60개에 업계 종사자도 4천여명에 불과했다. 업체의 장비목록에 삽과 괭이, 지게가 고작이었다. 60년대초 울산공업단지 조성을 시작으로 건설인들이 국토개발활동은 68년 경부고속도로건설로 본궤도에 올랐다. 이 때부터 건설인들은 경제 재건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당시 우리 건설인들의 최대 자산은 성실성과 신뢰성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불모지였던 중동시장을 개척했고 이는 곧 80년대 중동진출의 황금기로 이어진다. 특히 업계의 해외진출은 중동지역 국가와의 경제협력 증진 및 외교관계 개선에도 큰 기여를 했다. 반세기의 역사속에 숱한 영광과 상처를 함께 지니고 있는 건설인들에게 이제 새로운 과제가 주어지고 있다. 무사안일주의, 대충주의를 벗어던지고 21세기 우리 경제의 새로운 주역으로 거듭나기 위한 건설인들의 땀과 지혜가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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