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일 정운찬 총리가 대독한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집권 2기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하고 협조를 당부했다. 이번 연설은 금융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했고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유치, 한국이 국제질서 수용자에서 창조자로 참여하게 된 것을 비롯해 그동안의 여러 성과를 바탕으로 자신감에 차 있는 점이 특징이다.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세종시 문제'와 4대강 사업 등 굵직한 현안 처리에서 추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이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장에 직접 출석해 "힘을 모아 전대미문의 금융위기를 극복하자"고 호소했다. 이번에는 "금융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했다는 국제적 평가에 자만하지 말고 멋진 마무리를 위해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위기극복에 이어 경제활력을 살리기 위해 녹색성장기본법과 경제살리기 법안 처리에 국회가 협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집권 중반에 들어선 이명박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경제위기를 완전히 극복하고 당면 현안들을 효율적으로 풀어나가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적ㆍ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국회는 당리당략을 떠나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또 서민 중산층에 대한 세제혜택 확대를 다짐함으로써 친서민정책을 강화해나갈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 연장 등 기업투자와 직결되는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빠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청년실업 문제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세종시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는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정책시행 과정에서 나타난 오해와 갈등은 진솔한 대화를 통해 풀어가겠다"고 했지만 우선 여권 내 갈등을 풀기 위해서라도 기본입장을 제시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이밖에도 4대강 사업, 예산안 처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선거 및 행정체제 개편 등과 관련해서도 국회의 협조가 절실하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앞으로 진솔한 대화를 통해 국가적인 현안들을 실기하지 않고 해결해나가기를 기대한다.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인내심을 갖고 대화를 통해 현안을 풀어나감으로써 집권 중반 이후 국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