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경제' 빠진 남북러 가스관

4년 전 오늘은 분단의 상징인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북으로 넘어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10ㆍ4 공동선언'을 발표한 역사적인 날이다. 하지만 4년이 흐른 지금, 많은 것이 변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 세상에 없고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등으로 남북관계는 말이 아니다. 다행히 최근 북핵 6자회담 재개 분위기와 여당 대표의 개성공단 방문 등으로 해빙 기미를 보이고 있어 반갑다. 특히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북한을 거쳐 남한으로 들여오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점은 남북관계 개선의 밀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하지만 남북ㆍ러 가스관 사업의 경우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현 정부의 정치적 목적에 휘둘려 경제적 측면이 빠진 채 조급하게 추진돼 걱정이다. 더구나 이 사업이 러시아의 강한 의지와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수출국이고 우리나라는 세계 2위의 가스 수입국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세계 가스 시장의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현재 가스 수입국인 미국이 다양한 종류의 새 천연가스 개발에 나서면서 머지않아 수출국으로 돌아서고 유럽에서도 러시아의 시장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 러시아는 가스 수출 다변화를 위해 중국시장 진입을 강하게 추진 중이고 남북ㆍ러 가스관도 이 같은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천연가스 수출에 몸이 한껏 달아 있는 러시아 상황을 고려한다면 그들의 제안을 앞뒤 재지 않고 덥석 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가스관만 놓고 본다면 급한 쪽은 우리가 아니라 상대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남북ㆍ러 가스관 사업은 우리 측이 주판알을 튕길 수 있는 여유를 충분히 가질수록 협상에서 더욱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며 "지나치게 남북문제에만 경도돼 마치 기한을 정해 놓은 것처럼 서두를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ㆍ러 가스관을 구축하는 데 대략 30억달러 안팎의 공사비가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이 같은 대규모 파이프라인을 구축해놓고 나면 우리는 러시아로부터 꾸준히 가스를 수입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남북관계 못지 않게 경제적 측면까지 충분히 고려함으로써 남북ㆍ러 가스관 사업이 자칫 '반쪽 성과'에 그치는 실수가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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