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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23일 고위공직자 임명 및 추천과 관련, "좀더 엄격한 인사검증 기준을 만들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고 "인사추천은 그때그때 기준에 따라 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홍 수석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엄격한 기준을 만들어 그 기준에 따라 정밀하게 평가한 뒤 추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고위공직자 인사추천시 신중을 기할 것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국무위원 후보자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최근 장관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위장전입과 세금탈루, 부동산 전입 등 잇달아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민들의 실망감이 증폭되고 있다.
또 국회 인사청문회가 한창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대통령의 지시는 일부 후보자들의 부적절한 처신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특히 '엄격한 인사기준'이 이번 장관 후보자들부터 적용될 경우 도덕성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된 일부 장관 후보자들의 지명철회로 이어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대통령의 지시가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후보자의 각종 의혹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인사검증 강화 지시는 대통령께서 평소 가지고 계신 생각을 말한 것"이라며 "선진 일류국가로 나아가면서 국민의 도덕적 기준이 올라가는 만큼 국민 눈높이에 맞춰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해 '스폰서 의혹'으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하루 만에 낙마한 뒤 '자기 검증진술서' 항목을 대폭 늘리는 등 인사검증 시스템을 강화했다. 그럼에도 청와대 내부에서는 인사검증 과정에서 '투기를 위한 위장전입은 안 돼도 교육 목적이라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식의 일부 흠결을 용인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이날 지시는 차제에 법적 기준과 도덕적 기준의 잣대를 따로 놓고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따져 위법행위가 드러나는 인사는 추천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청와대는 인사검증 기준 강화와 함께 공직기강 확립 차원에서 오는 27일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감사 업무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감사관계관 회의를 소집한다고 밝혔다. 회의에서는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그리고 각 부처 간 감사 네트워크 강화 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