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잘나가던 엘리트 관료, 오명 벗다

김광수 전 FIU 원장 항소심서 무죄<br>"무리한 기소" 비판 목소리 커질 듯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광수(56∙사진)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전 원장이 항소심에서 모든 혐의를 벗었다.

김 전 원장은 옛 재정경제부와 금융위의 핵심 요직을 거친 엘리트 관료로 장관에 가장 가까운 인물로 꼽혀왔다. 하지만 저축은행 사태에 휘말리면서 한순간에 나락에 떨어졌고 관료로서의 생명에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이번에 무죄를 받아 명예를 회복하게 됐다. 하지만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에 이어 이른바 '잘나가던 관료'들이 구속과 무죄라는 똑같은 전철을 밟음에 따라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4부(성기문 부장판사)는 18일 김양 부산저축은행 부회장과 감사인 강모씨로부터 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법은 김 전 원장이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을 맡고 있던 지난 2008년 9월 대전저축은행 인수와 관련된 청탁과 함께 양 부회장 등으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죄가 없다고 판단했다. 2008년과 2009년∙2011년 설이나 추석 명절 무렵 8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무죄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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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금품을 줬다는 김 부회장과 강씨의 법정진술에 대해 신빙성을 의심하게 하는 정황이 여러 군데서 발견됐다"며 "이들이 장시간 강도 높은 검찰조사를 받다가 심신미약 상태에서 금품공여 사실을 거짓 자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다수의 서민 피해자를 양산한 부산저축은행 사태에 대해 감독관청의 잘못도 적지 않다"면서도 "죄인 열 사람을 풀어주더라도 무고한 한 사람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지키려 했다"고 밝혔다. 김 전 원장은 재판이 끝나고 "재판부가 현명한 판단을 해줘서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판결 소식을 들은 경제관료들은 "믿었던대로"라면서 검찰을 향한 비판의 날을 세웠다. 김 전 원장 역시 무죄 판결을 받은 변양호 보고 대표 건처럼 검찰의 무리한 기소의 희생양이 됐다는 것이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관료는 "변 대표나 김 전 원장은 소위 잘나가는 경제관료였지만 검찰로 인해 꿈이 좌절됐다"고 말했다. 변 대표의 경우 외환은행 헐값 매각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지만 무죄를 판결을 받았고 이후 관료사회에서는 '변양호 신드롬'이 확산되는 후유증을 겪었다. 변양호 신드롬은 중대한 정책을 다룰 때 사후 자신에게 책임 추궁이 올 수 있는 결정은 꺼리는 보신주의 풍조를 뜻한다.

김 전 원장은 김 부회장 등으로부터 4,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6월과 추징금 2,800만원, 벌금 1,000만원을 선고 받고 수감됐다가 지난해 3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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